5월 첫 허용 뒤 6곳으로

성소수자 권리 사각 메워

정부는 “실무 혼선 우려”

‘남편’이나 ‘아내’ 표기를 동성 커플의 주민등록 서류에 적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실무상 어려움을 이유로 이런 조치에 난색을 보였지만, 법률이 보호하지 못하는 동성 커플의 권리 사각지대를 지자체가 메우려는 시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마이니치신문은 도치기현 도치기시가 동성 커플의 주민등록(일본 주민표) 서류에 서로의 관계를 ‘동거인’이 아닌 ‘남편’ 혹은 ‘아내’로 기록하는 것을 8월부터 허용한다고 9일 보도했다. 규슈 나가사키현 오무라시가 지난 5월 이런 표기법을 처음 허용해 주목을 받은 후 도치기현 가누마시, 가가와현 미토요시 등에 이어 도치기시가 6번째 사례다.

일본도 한국처럼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지만 250여개 지자체는 동성 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했다. 주택이나 병원과 관련한 절차에서 동성 커플을 가족으로 대우하는 등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무라시의 첫 시도는 동성 커플이 사회보장제도 보호 범위로 들어오는 데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무성은 오무라가 문의한 데 대해 처음 답변을 내놓았지만 회의적인 입장이다. 마쓰모토 다케이키 총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실무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남녀 간 사실혼 커플과 달리 동성 커플은 여러 사회보장제도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바뀐 표기법에 따르면 주민등록 서류상 이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총무성 측 설명이다.

다만 총무성은 오무라시에 “주민표 기재 자체는 지자체가 판단하는 일”이란 취지로 설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오무라시 시장은 제도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누마시, 미토요시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입을 검토 중인 지자체는 총무성 입장에 영향받을 가능성도 있다. 도쿄도 세타가야구는 총무성 입장을 고려해 법적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스즈키 히데요 니혼대학 교수(행정법)는 아사히신문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남녀 간 사실혼과 달리 (동성 커플에게) 차별적 취급이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법원은 지난 3월 동성 커플도 범죄피해자구조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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