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에 모인 회원국 정상들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망에 동참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인태 국가들과 북중러 포위망 구축을 추진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나토는 러시아의 서진(西進)만 경계하고 있었으나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달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며 위험반경이 한국을 포함한 인태 지역으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 결속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중국 비판 공동성명 채택.. 한국 등 IP4와 북중러 밀착 공동 대응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최근 긴밀하게 밀착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간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 중국 포위망에 나토에 소속된 유럽 정상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실제로 나토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와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중국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인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규정한 것이다.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의 지원 때문에 러시아가 이웃과 유럽·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증가했다면서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대한 모든 물질적이며 정치적인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계속해서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나토가 동참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IP4)도 나토와 뜻을 같이하면서 사실상 미국과 유럽, 인태국가들이 북중러를 포위하는 구도를 만들어 냈다.

尹 "나토-인태 파트너국 협력은 시대적 요구"

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정상회의에서는 '인태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나토-IP4 간 미래 관계'가 논의됐으며 4개국 정상들은 회의에서 '러북 군사협력 규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규탄 성명에 ▲ 인도·태평양과 유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러북 간 불법적 군사협력 강력 규탄 ▲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로 대표되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배치되는 러북간 점증하는 군사·경제 협력 약속에 대한 엄중한 우려 표명 ▲ 러북의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 준수 및 모든 위반행위 즉시 중단 촉구 등을 담았다.

정상들은 또 '중점협력사업(Flagship Projects)' 추진을 통해 나토와 IP4의 제도적 협력 기반을 강화키로 했다.

주요 협력 범위로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해양안보 ▲사이버 안보 ▲비확산 ▲대테러 분야 등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을 포함해 지정학적 도전이 전방위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나토, IP4와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존의 한미동맹에 나토와 IP4의 연대를 더함으로써 한반도에서 힘의 우위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전인 9일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한 이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연합 방위태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인태사령부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또, 11일에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NATO와 인태지역 파트너 간의 협력은 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시대적 요구"라며 "러북간 군사협력을 포함하여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모든 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발언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나토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함께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나토 퍼블릭포럼 연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한국 등 인태 4국, 나토의 중국 대응에 도움" "한-나토 방산협력 심화될 것"

국제 외교 전문가들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OA에 따르면, 핸리 해거드 브뤼셀자유대학 외교안보전략센터(CSDS) 선임 연구원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얼마나 큰 화두인지를 보여준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정상들은 나토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랜드연구소의 일본 안보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제프리 호넝 선임연구원도 "윤 대통령과 IP4 정상들의 나토 회의 참여는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넝 연구원은 "IP4 국가들이 나토와 긴밀히 협력하고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동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가질 뿐 아니라 중국의 도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오랫동안 중국을 위협으로 보지 않았지만 지난 5년에서 8년 사이 관점의 변화가 생겼다며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격하시키고 안보 우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中 "중국-유럽 협력 파괴" "中 핑계삼은 나토 동진 반대" 반발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포위망에 갇힐 위기에 놓인 중국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나토의 '워싱턴DC 정상회의' 선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긴장 형세를 과장하고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며, 중국 관련 내용은 편견과 먹칠, 도발로 들어차있다"고 언급했다.

린 대변인은 "나토가 과대 선전하는 성공과 강대함은 세계에는 극도로 큰 리스크이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 경계를 초월해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나토의 익숙한 수법"이라며 "중국에 대해 잘못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먹칠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나토가 중국 책임을 선전하는 것은 마음 씀씀이가 음험한 것"이라며 "나토는 어떤 증거도 없이 미국이 날조한 허위정보를 지속 유포하면서 공공연히 중국-유럽 관계에 도발하고 중국-유럽 협력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주(駐)유럽연합(EU) 대표단도 이날 "중국은 지금껏 충돌 중인 어떤 한 당사자에게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줄곧 민수용 드론 수출을 포함해 군용·민수용 이중용도 품목을 엄격히 통제해왔다"며 "중러 사이 정상적 무역 교류는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외부 방해와 위협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한,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연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을 '나토의 동진(東進)'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계속했다.

린 대변인은 "나토는 아시아·태평양과 중국 주변 국가, 미국의 동맹에 손을 뻗어 군사 안보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이 실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추려 한다"면서 "이 행위는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을 깨는 것으로 이미 역내 국가의 질의와 반대를 불러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도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자 세계 최대의 군사 연맹(동맹)"이라며 "한편으론 자신이 지역성·방어성 조직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끊임없이 경계를 넘고 권한을 확장하며 방어 구역을 넘어 대결을 조장한다"면서 "유럽을 어지럽게 한 뒤에 또 아태 지역을 어지럽히려 시도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美 "나토, 인태로 확장 안 해" "인태 파트너와 '對中 우려' 공유"

바이든 "중국, 러 전쟁 계속 지원하면 경제적 손해 볼 것" 경제 제재 시사

미국은 나토가 인태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지 않으나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지속되는 한 나토오 인태 국가가 연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카펜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 담당 선임보좌관 겸 대통령 특보는 8일 나토정상회의 사전 브리핑에서 "나토는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지 않고 있으며, (인태 국가의) 가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없다"면서 "모든 나토의 방어 및 억지 역량은 유럽과 대서양 지역에 걸친 나토 동맹국의 영토 안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나토 동맹국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다양한 이중용도 품목에 걸쳐 러시아의 방위산업에 직접 지원해왔다"며 이 같은 지원이 "유럽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자 미국의 모든 (나토) 동맹국의 거대한 우려 사항일 뿐 아니라 인태 파트너들의 우려 사항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카펜터 특보는 "나토와 우리의 인태 파트너들은 많은 이해를 공유한다"면서 "사이버안보, 허위정보와의 싸움 등 다양한 현안에서 더 나은 협력을 할 수 있는 넓은 기회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을 향해 경제 제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중국이 계속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면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그들이 러시아에 정보와 역량을 제공하고, 북한과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러시아의 무장을 돕는다면 그 결과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한 유럽에 있는 우리 우방 일부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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