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생선찜. 바이두바이커

중국 10대 명품 요리 중에 무창 생선찜(淸蒸武昌魚)이 있다. 무창이라는 곳에서 잡히는 생선을 고추나 후추, 마늘 등 자극성 있는 향신료를 쓰지 않고 간장과 파, 생강 등으로 양념해 신선한 생선 맛을 즐기는 요리다. 북경 오리구이, 사천 마파두부, 절강 동파육, 동북의 비룡(飛龍)이라는 새요리, 호남의 닭고기 요리인 동안자계(東安子鷄) 등과 함께 호북(湖北)을 대표하는 요리로 10대 명품요리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음식이다.

10대 명품 요리라고는 하지만 사실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순위일 뿐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10대' 혹은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음식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혹은 지역 특산 요리로 광범위하게 사랑받는 음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무창 생선찜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 남방에 여행이나 출장 갔을 때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호북성의 특산 요리다. 동시에 생선의 순수한 맛을 즐기는 생선찜(淸蒸魚)요리로는 북경의 잉어찜(淸蒸鯉魚) 혹은 쏘가리찜(淸蒸鳜魚), 상해와 절강의 조기찜, 정확하게는 부세 조기찜(淸蒸黃魚)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무창 생선찜이라는 요리, 도대체 얼마나 맛있고 특색이 있기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 자자할까 싶은데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중국요리가 대부분 그렇듯이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다고 한다.

일단 맛에 대해 말하면 생선의 육질이 부드럽고 찰지며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중국식 표현으로 향기롭게 맛있다(香)는 것인데 별다른 양념 없이 쪄서 요리로 내놓을 정도이니 그 맛 또한 신선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몸에도 좋아서 식욕을 돋우며(開胃) 위를 보호하고(保胃)하고 피를 맑게 하며 허한 기운을 보충해 준다고 하는데 생선의 영양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약재의 약효에 대해 듣는 것 같아 오히려 신뢰감이 떨어진다.

어쨌든 무창 생선찜에 대한 중국인의 찬사가 대단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려서 들을 필요는 있다. 중국에서는 광동, 상해 등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물 생선을 보다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는 민물 생선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무창 생선찜, 맛있기는 맛있다.

어쨌든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먹는 사람 입맛 따라 다르니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고 무창 생선찜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창어(武昌魚)라는 물고기가 역사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무창어가 이름을 알린 것은 소설 삼국지(三國演義) 덕분이다. 

삼국시대가 끝날 무렵 촉나라가 먼저 망했다. 이어 위나라의 압박에 몰린 오나라(東吳)의 마지막 황제 손호가 3세기 후반, 도읍을 건업(建業)에서 무창(武昌)으로 옮기려고 했다. 건업은 지금의 강소성 성도인 남경 부근이고 무창은 호북성 무한(武漢) 가까이에 있는 지금의 악주(鄂州)라는 곳이다. 옛날 기준으로는 상당히 먼 곳이다. 그러자 승상인 육개가 시중에 떠도는 "비록 건업의 맹물을 먹을지언정 무창어는 먹지 않겠네"라는 민요를 예로 들며 천도를 말린다. 민심이 그만큼 떠났다는 말이지만 뒤집어 보면 무창어가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다. 도대체 무창어란 어떤 생선일까?

무창어는 옛날에는 양자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호북성의 양자호(梁子湖) 일대에서 잡히는 이곳의 특산 물고기였다. 지금은 양자강을 떠나 다른 지역에도 퍼졌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이 머리가 둥근 생선(團頭魴)으로 방어 방(魴)자를 써서 민물 방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실은 민물 도미 종류의 생선이다.

민물 도미가 됐건 민물 방어가 됐건 어쨌든 도미나 방어와 비슷하다면 맛 또한 뛰어난 고급 어종임이 분명할 것인데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중국 시인 묵객들의 무창어 칭송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식가라고 알려진 송나라 시인 소동파다. 무창어를 놓고 "양자강 물결이 성곽을 싸고도니 생선의 아름다운 맛을 알겠고 좋은 대나무 온 산에 가득 차니 죽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노래했다. 무창어를 옛 중국인들이 신선의 채소로 꼽았던 죽순의 댓구로 연결했으니 이 생선이 맛있다고 극찬한 것이다.

무창어에 대한 찬사는 현대에도 이어졌다. 1957년 모택동이 삼국시대에 천도를 반대하는 백성들이 불렀다는 민요를 패러디해 "방금 장사(長沙)의 물을 마셨는데 또 무창어를 맛보겠구나"라는 시를 지었다. 모택동이 이렇게 한 마디 했으니 중국사람들 너도나도 무창어가 어떤 생선이냐며 관심의 대상이 됐다.

덕분에 무창 생선찜이 지역 특산요리를 넘어 인터넷 상에서 중국 10대 명품 요리가 됐다. 어쨌거나 생선찜 하나 놓고 호들갑이 상당히 요란스럽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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