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유튜버 쯔양(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이 서울중앙지검에 기습 출석한 모습. 뉴스1

최근 구독자 1040만 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27, 박정원)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튜버 집단,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폭로 유튜버들은 남의 불행이나 사고, 실수, 결점 등을 인터넷상에 주로 영상의 형태로 공론화해서 조회수, 인지도, 수익 등을 챙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10일 한 유튜버가 쯔양의 녹취를 폭로하면서 사건이 공론화됐고, 사건이 확산하자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트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도 방심위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렉카 유튜버’를 악성 콘텐트 게시자로 규정한 뒤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 대응하고, 수익 환수와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검찰청에 지시했다. 검찰은 구속수사까지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유튜브도 가해 ‘렉카 유튜버’들의 수익 창출을 중단하는 등 즉각 조치에 나섰다.

中, '사이버 렉카' 범죄 조직 전원 소탕... 피해자 2006명에 달해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중국도 ‘사이버 렉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선 개인의 신상정보, 사생활을 악의적으로 공개하고, 네티즌들 선동해 공격과 욕설을 유도하는 행위를 ‘카이허과런(開盒掛人)’이라고 표현한다. 한자를 풀어서 해석하면 ‘상자를 열어 사람을 걸어 놓는다’는 의미다.

지난 4월 중국 공안 당국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해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이를 통해 명예훼손, 괴롭힘, 협박, 루머 유포 등의 온라인 폭력 범죄를 일으킨 조직을 성공적으로 소탕했다고 밝혔다.

인구 대국답게 피해자의 규모도 충격적이다.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하면 총 200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중 127명은 인플루언서로 활동했고, 팔로워 100만 명을 보유한 대형 인플루언서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일당은 주로 여성 인플루언서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은 팬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투표를 진행하여 피해자를 선정했고,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이들의 신분증 번호, 주거지,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팔로워들의 제보를 통해 얻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무분별하게 폭로했고, 일부 피해자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관련 정보를 내려주겠다며 공갈 협박까지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처음 조직된 범죄 집단은 일 년도 채 안 돼 해외 플랫폼에서 47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고, 사건 발생 직후 중국 공안 당국은 집중 단속을 벌여 후난성, 충칭시, 장쑤성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범죄 조직원 10명을 전원 체포했다.

일반인부터, 100만 인플루언서까지... 그 누구라도 표적 될 수 있어

'사이버 렉카'에 피해를 입은 인플루언서가 중국 중앙방송의 초점취재(焦点访谈)에 나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 갈무리

중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자 중국의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방송(CCTV)도 특집 방송을 편성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나섰다.

평소 얼굴을 가리고 게임 콘텐트를 올리던 한 피해자는 어느 날 낯선 네티즌이 보낸 사진을 받는다. 사진에는 그의 사진, 집 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익명의 누군가가 그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

신상 정보 유출 이후 휴대전화는 낮밤 가리지 않고 울려댔으며 문자 메시지도 수시로 쏟아졌다. 그는 전화번호까지 바꿨지만, 괴롭힘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사이버 렉카’들이 그가 활동하는 플랫폼에서 그에 대한 비방을 지속해서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해 사례도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 인터넷 방송인은 어느 날 팬에게서 “그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마 후 여러 통의 협박 전화를 받았고, 이미 온라인에는 그의 여자 친구의 신상까지 무분별하게 퍼져나간 후였다. 여자 친구는 네티즌들에게 조리 돌림 식의 비난성 댓글과 게시물에 지속해서 시달렸고, 결국 그녀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까지 생겨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피해자가 인플루언서들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항저우에 소재한 한 회사는 거래 업체와 비즈니스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회사를 겨냥해 허위 비방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익명을 계정을 발견한다. 게시자는 게시물을 삭제해 주는 대가로 3만 8000위안(한화로 약 700만 원)을 요구했고, 돈을 이체했음에도 이들은 게시물을 삭제하기는커녕 33만 위안(약 6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항저우(杭州)시 사이버 수사대는 즉시 팀을 편성하여 수사를 진행했고, 용의자 두 명을 특정하여 이들을 '협박죄'로 체포했다. 알고 봤더니 이 두 명은 거래 업체에서 섭외한 '사이버 렉카'였다.

중국 중앙방송은 "중국에는 이미 개인의 신상정보와 사생활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판매하는 불법적인 카르텔까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사이버 렉카'들 간에 조직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사이버 렉카 연합'과 상당한 유사성을 띠고 있다. 실제로 한 용의자는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소규모의 연합을 이루고 있다”면서 “평소에는 각종 소셜 플랫폼에서 ‘사냥감’을 찾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일부 통신사와 택배회사의 직원들이 직무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부당으로 취득하여 판매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中, 기존에 없던 '사이버 폭력 관리 규정'까지 만들어 규제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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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로 인한 피해가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자 중국 당국은 칼을 빼 들었다.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의 4개 부처는 사이버 폭력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해 ‘사이버 폭력 관리 규정’(網絡暴力信息治理規定)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중국은 사이버 폭력에 대응하는 처벌 규정이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여러 정부 부처가 발행한 지침과 법률 규정을 토대로 지금까지 사이버 폭력을 규제해 왔던 것. 이번 사이버 폭력 관리 규정은 중국 정부가 사이버 폭력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최초의 법안인 셈이다.

중국은 앞으로 사이버 폭력 범죄에 대해 최대 20만 위안(약 38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또한 조직적으로 사이버 폭력을 저지르거나 이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에 명시했다.

소셜 플랫폼에 대한 책임도 명문화했다. 소셜 플랫폼이 사이버 폭력의 벌어지는 주 무대인 만큼 허위 정보와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플랫폼의 조치를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용자 정보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피해자 권익 보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미성년자, 노인, 장애인들에 대한 우선적인 처리와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정보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등 세부적인 조치도 규정에 포함시켰다. 해당 규정은 오는 8월 1일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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