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4~5년형을 선고받은 저스트스톱오일 활동가 5명. 환경단체 저스트스탑오일 제공

고속도로를 봉쇄하는 시위를 한 혐의로 영국 환경운동가 5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가 주도한 비폭력 시위에 관한 재판 중 가장 무거운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시위의 자유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유로뉴스에 따르면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스톱오일’의 활동가 5명은 지난 18일 영국 런던의 사우스워크 크라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22년 11월 런던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 중 하나인 M25 고속도로를 4일간 봉쇄하고 시위를 조직한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들은 줌을 통한 영상통화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했고, 총 45명이 함께 도로의 교각에 오르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4일에 걸친 시위로 발생한 교통체증 등으로 75만파운드(약 13억4000만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현장을 통제한 경찰 조직에는 별도로 110만파운드(19억7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이에 맞서 피고인 중 한 명인 로저 할람은 재판에서 “시위는 행동할 기회이자 의무”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멈추고 민주주의를 구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은 기후 전문가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위반한 데다 이를 사전에 공모했다면서 이들 중 4명에게 각각 4년형, 나머지 한 명에는 5년형을 선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는 영국에서 비폭력 시위를 이끈 단체에 선고된 가장 높은 수준의 형량이다.

사건을 심리한 크리스토퍼 헤히르 판사는 기후위기가 인류에 실존적 위협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활동가를 넘어 광신도로 변질됐다”며 이들의 행위가 “기후위기와 무관한 정치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판결했다.

인권단체와 과학계는 즉각 이날 판결을 비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빌 맥과이어 기후학 명예교수는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기후위기를 신념으로 규정하는 것은 엄청난 무지”라고 지적했다.

미셸 포르스트 유엔 특별보고관은 성명을 내고 “오늘 판결은 환경 시위뿐 아니라 정부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모든 평화적 시위에 매우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의 영국지부 활동가 에이미 캐머런은 “평화적인 시위를 계획한 이들이 줌 통화로 시위를 논의했다는 이유로 몇 년간 감옥에 가야하는 나라가 어디있냐”며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이들에게는 자유를 주면서,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기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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