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엔 쪽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 등 인도주의적 지원 역할을 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이하 기구)를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이 지난주 이런 내용의 제안서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 직원 300~400명을 세계식량계획(WFP)이나 가자지구에 식량을 지원·배분하기 위해 새로 설립할 기관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직원 다수와 기관 자산 등을 순차적으로 이전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새로운 기관을 운영할 주체 등은 구체적으로 구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엔 내부와 다른 원조기관, 인권 단체들에서는 이스라엘의 이 제안이 이 기구를 파괴하기 위한 장기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타마라 알리파이 이 기구 대외관계 담당자는 가디언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조정과 관련한 대화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지거나 세계식량계획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기구의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리파이는 “내일 가자에서 식량 배급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기구의 트럭을 사용해, 기구의 식량 창고로 가져와서, 기구 보호소에서 식량을 배분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기구는 제1차 중동전쟁(1948년 5월~1949년 3월)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량 발생하자 1949년 12월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설립됐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최대 유엔 기구다.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에서만 1만3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했으며 가자 전쟁 발발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직원 3000여명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뿐만 아니라 7곳의 의료센터 운영, 백신 접종 등을 관리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 기구 직원 11%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나 또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런 의혹이 불거진 뒤 미국 등 주요 지원단체 16곳은 기구에 약 4억5천만달러(약 6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가자지구의 기아 상황 등이 심각해지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은 자금 지원을 재개했는데, 이스라엘이 이 기구 해체 주장까지 내놓은 것이다. 한편 이 기구에서는 이스라엘 당국이 직원들에게 고문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며 비방전도 있었다.

가디언은 “유엔 한쪽에서 기구의 기능을 접게 하려는 이스라엘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었고, 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려는 구테흐스 총장과 다른 기부자들이 저항을 받아왔다고 외교 관료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달 25일 요르단의 난민 캠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계속 흐르게 해야 한다. 그것은 희망이 계속 흐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아울러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설립된 기구의 존폐는 “이론적으로 유엔 총회에서만 결정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구테흐스 총장 쪽과 이스라엘방위군 쪽에서는 이런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으나 양쪽 모두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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