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기독교 최대 명절로 꼽히는 부활절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충돌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매년 기념일로 선포해 온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부활절과 겹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고, 백악관은 ‘잔인하고 혐오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미국 대선 과정에서 ‘문화 전쟁’이 다시금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활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2024년 트랜스젠더의 날’을 선언하며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의 특별한 용기와 공헌에 존경을 표한다”면서 성 정체성에 따른 폭력과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3월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자 부활절이다. 성소수자 단체는 이날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로 정하고 2009년부터 이를 기념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수반으로서는 최초로 2021년 선포문을 발표한 뒤 매년 이를 축하했다. 한편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인 부활절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 돌아오는 일요일을 의미해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데, 올해는 두 날짜가 우연히 겹치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는 이를 ‘부활절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내고 “소름 끼치고 모욕적”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31일이 오로지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한 날이라고 믿는 미국 전역의 기독교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터무니없고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정치인들이 잔인하고 혐오적인 수사로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려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기독교인으로서 모든 미국인의 존엄과 자유를 옹호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은 “트럼프의 정책은 우리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면서 “달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략가 맷 맥더모트는 공화당의 공격이 “악의”라고 주장하며 “단순히 트랜스젠더 미국인을 괴롭히고, 비하하고, 선동해 온 (공화당) 행보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문화 전쟁이 부활절까지 덮쳤다”면서 미국 정치를 뒤흔든 ‘문화 전쟁’에서 비롯된 가장 최근의 갈등이라고 짚었다. 최근 공화당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보수 유권자들이 반감을 보이는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를 적극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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