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62)이 선거관리위원회(CNE)의 3선 확정 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좌파 민족주의 성향인 여당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62)이 ‘민주 야권 연합’(PUD)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75)를 꺾고 3선에 성공했다. 야권은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보다 한참 뒤처진 지지를 받은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 위원장은 29일 오전 12시10분쯤(현지시간)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그의 당선을 확정했다. 아모로소 위원장은 중도보수 성향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44.2%의 득표율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59%였다. 유권자는 약 1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버스 기사,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3년 처음 당선된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10일부터 6년간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그가 무사히 임기를 마치면 18년 장기 집권에 성공하게 된다.

베네수엘라 좌파 대표 정치인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그는 주변국 좌파 정권과 연대 강화, 석유 산업 개발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 최고조로 갈등을 벌였던 그는 여전히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의 대선 결과 발표가 난 29일(현지시간) ‘민주 야권 연합’(PUD)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왼쪽)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PUD 지도자가 카라카스가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야당과 일부 시민들은 마두로 정권이 장악한 선관위의 개표 결과를 의심하며 선관위의 선거 결과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 선관위가 전국 투표소 약 3만 곳 중 일부 지역의 집계 결과만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선관위 결과 발표 직후 집회에서 “모든 규칙과 규범이 위반되면서 야당(모니터링단)은 대부분의 투표용지를 볼 수 없었다”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우리의 변화는 여전히 유효하며, 베네수엘라인 대부분이 그러한 변화를 열망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며 곤살레스 우루티아에게 배턴을 넘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PUD 지도자는 “(마두로 대통령은) 대패했다. 진실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마두로 정부의 개표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 결과 발표 전, 각종 통계는 야권 후보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압승을 가리켰다. 워싱턴포스트는 비공식 출구조사 결과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득표율(65%)이 마두로 대통령(31%)보다 앞섰다고 보도했다. 투표를 앞두고 이달 벌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10~20%대에 불과했지만,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지지율은 50%대였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은 “투표 후 곳곳에서 민주 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등 검증을 살피기 위해 개표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물리적인 충돌과 (선관위 측) 폭언도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야권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마두로 정권이 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교묘한 술책을 썼다며 비판했다. 여권이 장악한 사법부는 돌풍을 일으키며 높은 지지율을 얻은 마차도에게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를 지지했다는 혐의를 씌워 15년간 그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야권 측은 소속 후보가 선거 운동을 위한 공영방송 활동에도 제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대선이 실시된 28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 앞에 국민들이 줄을 서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25년 PSUV 정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정권을 잡은 뒤 베네수엘라에는 임금 폭락과 생활고, 석유 산업 마비, 초인플레이션 등이 발생하며 국가 경제가 마비됐다.

투표 결과에 불복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정부가 이를 탄압하면서 국가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선 확정 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베네수엘라에는 평화와 안정, 법과 정의에 대한 존중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연설했다. 반정부 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 10년간 700만명 이상이 탈출한 베네수엘라에서 추가 해외 이민자가 대거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ORC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베네수엘라 국민 17%는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패하면 이민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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