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엔비디아가 야심차게 내놓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신작이 생산 문제로 인해 출하가 지연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유럽 정부의 반독점 조사도 받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AI 거품론’을 제기하는 등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등에게 AI칩 신제품 ‘블랙웰 B200’ 생산 지연을 통보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와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생산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B200은 내년 1분기 이후에야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블랙웰 B200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공개한 차세대 AI 가속기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AI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보다 성능을 최대 30배 끌어올린 제품이다. 뛰어난 성능 덕에 매개변수가 1조개 이상인 대형언어모델(LLM)의 AI 훈련·추론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칩 하나당 가격은 5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생산 차질로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빅테크 고객사들까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구글과 메타도 100억달러 가량의 B200 칩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B200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최신 모델인 ‘HBM3E’가 탑재되는데 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등의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엔비디아는 반독점 조사도 받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AMD·인텔 등 경쟁 업계는 엔비디아가 고객들을 상대로 “경쟁사 제품을 구입하면 보복하겠다”며 위협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AI칩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런AI’를 고의적으로 인수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프랑스 경쟁당국도 GPU 시장 독점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고객들에게 어떤 업체의 제품이라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당국이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성형AI 붐이 시작된 지난 2년간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며 승승장구해왔다. 엔비디아 GPU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AI 연산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애플이 자체 AI 모델 학습에 구글의 텐서프로세서유닛(TPU)을 사용하는 등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I 거품론’도 제기된다. 빅테크 업계가 AI 투자를 위해 엔비디아 칩 등 설비 구매에 수백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안갯속이라는 것이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업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엔비디아가 거품 속에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이 칩 제조사(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계속 구매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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