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임플란트 칩. 뉴럴링크 제공

미국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두 번째 수술에 성공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기업·연구진이 생각과 감각만으로 컴퓨터 등 외부 장치를 조종하는 BCI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뉴럴링크가 척추 손상으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환자의 뇌에 BCI 칩을 이식하는 두 번째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두 번째 임플란트는 매우 잘 된 것 같다”고 밝혔다.

BCI는 생각·감각을 할 때 발생하는 신경 전달신호를 이용해 컴퓨터·로봇 등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신체기능을 보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뉴럴링크는 두피에 구멍을 뚫고 칩을 두뇌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을 쓴다. 환자의 뇌에 전극 1024개를 이식하는 방식인데, 머스크는 그 가운데 400개의 전극이 두 번째 환자의 뇌에서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1~2년 안에 뉴럴링크 수술을 받은 사람의 반응 속도가 더 빨라져 프로게이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올해 8명의 환자에게 추가로 임플란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생각만으로 화면에서 마우스·키보드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며 2016년 설립한 회사다. BCI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지마비나 루게릭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컴퓨터와 로봇 등의 기계를 움직여 외부와 소통하거나 업무를 보는 게 가능해진다. 지난 1월 뉴럴링크는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환자의 뇌에 칩을 심는 첫 번째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이 남성은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체스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뉴럴링크의 경쟁사 싱크론도 자사 BCI를 애플의 헤드셋 형태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에 연결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루게릭병을 앓는 64세 환자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비전 프로를 작동시켜 TV 시청과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해냈다는 것이다. 싱크론은 뇌 수술 없이 정맥에 전극을 이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미국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BCI 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뇌과학연구소는 뇌에 칩을 심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딸기를 잡게 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칭화대 연구진이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삽입했다. 이 환자는 로봇팔을 제어해 물병을 들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BCI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와이브레인, 지브레인 등이 있다. 와이브레인은 두피 외부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BCI 보조장비 ‘마인드스캔’을 개발했다. 마인드스캔은 정신과·신경과 등에서의 진단 보조에 활용되고 있다. 지브레인은 대뇌 피질에 이식하는 BCI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의 특성을 모방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뇌파에서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BCI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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