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11월 미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면서 민주당의 ‘대 트럼프’ 선거 전략도 전환점을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제기한다는 민주당 측 비판의 기본 틀은 동일하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해리스 선거캠프와 민주당이 트럼프 진영을 공격할 때 “이상하다(weird)”는 단어를 자주 동원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괴상하다, 기괴하다 등으로도 번역 가능한 이 단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 나아가 공화당 주류로 자리 잡은 ‘친트럼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비판하는 데까지 두루 쓰이고 있다.

이 표현이 처음 화제를 모은 계기는 부통령 후보군에 속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방송 인터뷰였다. 월즈 주지사는 밴스 의원의 “자녀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ies)” 발언과 보수 진영의 ‘금서 운동’ 등을 겨냥해 “그들은 그냥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해리스 캠프가 이 단어를 차용해 공화당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해리스 캠프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이상하다”고 묘사한 게시물은 14개에 이른다. 민주당의 한 슈퍼팩(Super PAC)은 마가 공화당원들을 공격하는 별도의 광고도 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주말 매사추세츠에서 연 첫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가 하는 어떤 말들은 그냥 이상하지 않나(just plain weird)”고 말했다. 자세한 설명이나 논리적 근거를 생략한 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의 ‘문제적’ 발언과 정책을 “이상하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결과 전복을 시도하고 1·6 의회 폭동에 연루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마가 세력을 ‘민주주의 위협’ ‘극단주의’ 등으로 비판해 왔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한 마디 단어로 단순화한 것이다.

민주당의 새로운 메시지 전략에 대해 일단 민주당이 선거판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트럼프’ 정서를 이해하기 쉬운 일상어로 대변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고, 반면 공화당이 마땅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팟캐스트에 나와 “나를 부르는 많은 이름들이 있지만 ‘이상하다’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여성이자 흑인·인도계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그가 민주당의 공격에 ‘방어 모드’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카프 교수는 온라인 매체 살롱에 “이렇게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수사 전략을 오랜만에 본다. 매우 날카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집단 전체를 “이상하다”고 낙인찍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유권자들을 소외시키고 정책 논의는 실종되는 결과로 이어질 염려도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민주·공화당 지지자들이 “당신이야말로 더 이상하다”고 서로를 공격하는 등 미국 정치의 분열상도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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