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할당제로 촉발된 시위
강경 진압에 최소 300명 사망
하시나 총리, 충돌 끝에 사임
헬기 타고 인도로 도피 추정

권력 공백 속 정국 혼란 고조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직면했던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사진)가 5일 사임하고 제3국으로 달아났다. 지난 4일 하루에만 1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정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격화하는 상황에 하시나 총리가 물러나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서 당분간 정국의 혼란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AP통신은 방글라데시 군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15년의 집권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하시나 총리가 안전한 곳을 찾아 총리 관저를 떠났다고 보도하면서 “하시나 총리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수도 다카 거리에 퍼졌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헬기를 타고 인도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대 수백명은 사임 소식에 환호하면서 총리 관저로 진입했다. 방글라데시 육군 와커 우즈 자만 총사령관은 국영TV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알리며 군이 임시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시나 총리의 도피는 반정부 시위가 격해지고 총리 퇴진 요구가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초 시작됐던 이번 시위는 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자, 청년 등이 동참해 하시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전날 시위에선 약 10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현지 매체 ‘프로톰알로’는 경찰관 14명을 포함해 95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며, 채널24는 사망자가 85명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정부가 정확한 현황을 발표하지 않아 각 매체의 집계치에 차이가 있으나, 이미 지난달 시위의 하루 최대 사망자 규모(7월19일 67명)를 넘어섰다.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래 숨진 사람은 최소 300명에 달한다.

어서 안전한 곳으로…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대가 4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에서 열린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중 경찰과의 충돌로 다친 동료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방글라데시 학생 단체는 지난달 정부가 추진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후 정부가 할당 규모를 축소하는 대법원 중재안을 받아들이며 시위가 잦아들었으나, 학생 단체는 정부에 시위 지도부 석방,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말 다시 시위를 시작했다.

2차 시위 초기엔 규모가 이전만큼 크진 않았으나 갈수록 충돌 강도가 거세졌다. 지난 4일 다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시위대가 하시나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교도소 차량을 부수는 모습, 경찰서를 공격하고 여당 사무실에 불을 지르는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겼다. 시위대는 납세 거부와 동맹 파업 투쟁에도 나섰다. 특히 방글라데시 핵심 산업인 의류 부문에서 제조업체 47곳이 시위대와 연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의류 공장이 불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번 시위에는 학생뿐 아니라 예술가·노동자 등 여러 계층이 참여했으며, 특히 전직 군 장성들이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카림 부이얀은 살인, 고문, 실종 및 대량 체포를 지적하며 “현 정부에 거리에서 즉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일부 목격자들은 “자잘한 폭탄이 터졌고 총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무기한 전국 통금령을 선포했다. 전국 단위 통금령은 시위가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또한 5일부터 3일간을 공휴일로 정해 긴급 발표했으며, 법원은 무기한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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