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미국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가 지금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경우 조 바이든의 사퇴로 새로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말라 해리스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해리스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 젊은층을 결집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백인 노동자층에서 덜 져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병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피격 사건 이후 전당대회에서 통합자의 이미지를 가져갔더라면 계속 대선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보였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해리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 젊은층을 결집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백인 노동자층에서 덜 져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통합자 이미지 가져가지 못하면서 해리스에 접전 허용"

안병진 교수는 지난 7월30일 폴리뉴스 '김능구의 정국인터뷰'에서 '미 대선에서 해리스 당선이 60%'라고 전망했다. [사진=폴리뉴스]

김능구 대표가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고 하면 바로 음모론이 떠오른다. 트럼프가 사법 리스크 등으로 곤경에 처하니까 극우 보수세력에 의해 마지막 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에 안병진 교수는 "트럼프가 쉽게 이긴다고 봤기 때문에 음모론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트럼프가 계속 우위에 있는데 굳이 정국을 그렇게 크게 흔들 요소는 없다. 존 F. 케네디의 경우는 다양한 음모론이 일리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음모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안 교수는 "피격 후에 트럼프는 본인이 내세울 수 있는 담론의 힘이 훨씬 더 세졌다. 트럼프는 혼돈의 에이전트, 도전자 브랜드가 최대 강점인데 현직 4년을 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서 도전자의 느낌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은 나이도 나이지만 그냥 현직, 노쇠하고 정권 교체의 대상이라고 인식되지만 트럼프는 4년 대통령을 했음에도 여전히 도전자의 이미지다. 그런데 암살 기도 정국이 끝나고 나니까 원래 가지고 있던 도전자의 브랜드도 강화됐다. 기독교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신의 선택으로까지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전자 이미지에 통합자의 브랜드까지 가지고 있다면 트럼프를 쉽게 이길 수 없다. 더구나 뉴욕타임스, CNN 조사를 보면 ‘누가 미국을 통합시킬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해리스 후보로 교체된 이후에도 해리스조차도 통합자에서 43대43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원래는 해리스처럼 전혀 새로운 후보가 깜짝 등장하면 통합자 이미지를 많이 가져가야 되는데 여전히 해리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반면 트럼프는 암살 기도 정국 이후에 훨씬 더 강해졌다. 다만 좀 더 강해질 수 있었는데 트럼프 본인이 그걸 놓쳤다"고 분석했다.

안병진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조금 더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통합자의 이미지를 가져가지 못해 전술적 실책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수지 와일스처럼 노련하면서도 인생을 잘 아는 전문가, 조직가가 있는 등 트럼프의 2기 참모진들이 아주 뛰어나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사람들이다. 이런 참모들이 트럼프에게 통합자 이미지로 가자고 조언했고 트럼프도 이를 수용했다"며 "그런데 전당대회 끝까지 통합자 이미지로 갔어야 했음에도 트럼프가 다시 본인 특유의 분열자로 가버렸다. 만약 전당대회에서 통합자 이미지를 유지했다면 해리스가 치고 나왔다 하더라도 당분간 한 2~3%P로 계속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여론조사를 보면 오차 범위 내 차이로 사실상 동률을 이루고 있다. 컨벤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통합자의 이미지를 상승시켰다면 더욱 강력한 트럼프가 됐을 것이다. 트럼프의 전술적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아프리카 아메리칸 정체성이 정치적 자산…최고의 후보 평가 받아"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지난달 30일 안병진 교수와의 미대선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떠오른 해리스 후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자 안병진 교수는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 해리스로서는 억룰함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대통령으로서는 부통령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의 경우 수십년 동안 상원에서 외교, 안보 전문가인 바이든이 도움이 됐다. 항상 바이든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의 조언을 들으면 오바마가 반대 조언을 같이 들으면서 본인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라는 등의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바이든은 걸어다니는 '워싱턴의 역사'다. 바이든 앞에서 해리스의 조언은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이민 문제를 맡겼는데 불법 이민자가 덜 넘어오게 하다보니 해리스에게 '이민 차르'라는 이미지가 붙었다. 민주당의 약점을 해리스가 그냥 덮어쓴 격인데 이런 점에서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김 대표가 "바이든이 일찍 후보에서 사퇴했다면 해리스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을 정도로 이미지가 약했다"는 의견을 내놓자 안병진 교수도 이에 동의하면서 민주당 내에 다른 경쟁자들이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데이빗 액셀로드 같은 소수파들이 이미 대선 정국 초반부터 바이든 후보 교체를 요구했었는데 당시에 후보 교체란 말은 금기어였다. 또 바이든 건강 이상설이 분명해졌을 때도 일부 신문 칼럼니스트도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만약 바이든이 일찍 사퇴하고 오픈 컨벤션으로 갔다면 러스트 벨트 쪽의 주지사를 비롯해 좌파 후보, 해리스까지 후보로 출마해 멋진 승부를 벌였을 것"이라며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전 주지사 같은 민주당 내 스타급 정치인은 해리스처럼 여성인데다 러스트 벨트이기 때문에 출마했다면 미시간은 그냥 여유있게 가져올 수 있고 이러면 또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안 교수는 "지금 뒤돌아보면 아프리카 아메리칸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해리스가 신속하게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아프리카 아메리칸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오픈 컨벤션을 했다고 하더라도 해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역동적인 과정 속에서 후보가 되는 것과 지금처럼 대관식이나 다름없이 후보가 되는 것은 다르다. 만약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진다면 이는 민주당에게 두고두고 뼈아픈 패배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가 "해리스 후보의 경우 특이한 것이 있다면 어머니가 인도 카스트제도 게급 최상위인 브라만 출신이지만 본인의 정체성은 아프리카 흑인이니까 이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더라"고 얘기하자 안병진 ㄱ교수도 해리스 후보가 아프리카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것이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해리스 후보가 워싱턴DC에 있는 하워드대학을 나왔는데 이 대학은 아프리카 아메리칸들의 상징과 같은 대학이다 .해리스 후보의 어머니가 아프리카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갖고 살라고 얘기한 조언도 100만 달러 정치 컨설턴트의 조언보다 더 훌륭했다"며 "해리스 후보는 어머니 조언대로 아프리카 아메리칸이라는 민주당 블록의 엄청난 지지를 받으면서 아시아인 계열의 지지까지 받았다. 그런 점에서는 환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자원봉사자 16만이 결집했을 정도로 지금 민주당 분위기는 '여성 오바마 현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굉장하다. 거의 승리를 예감하는 듯한 정도의 오버하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흑인·히스패닉 등 집토끼 지키고 노동자 계층서 덜 져야만 승산" 

안병진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해리스가 이길 확률이 60%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안병진 교수는 "전에는 트럼프의 승리를 점쳤지만 그때는 바이든이 계속 후보였을 경우고 일관되게 후보교체론을 주장헀던 나로서는 해리스로 교체됐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민주당이 승리를 예감하는 등의 분위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안 교수는 "지금 민주당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 전략가의 흐름과 노동자 계급의 정당 브랜드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불리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전략가의 흐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진보 성향 흐름은 아프리카 아메리칸, 히스패닉, 젊은 층, 여성의 조합이 미국 민주당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인데 여기서 나오는 중요한 함의는 골치 아픈 백인 노동자 계급은 덜 신경써도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백인 노동자 계급은 공화당으로 넘어간 민주당원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인데 다시 민주당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봤다. 그런데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이런 공식을 갖고 이길 줄 알았는데 백인 노동자 계급이 대거 트럼프로 돌아서면서 완전히 망신을 당했다. 아직까지도 백인 노동자 계급을 무시하는 테제가 여전히 민주당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 교수는 "아프리카 아메리칸이 과거 2008년 오바마 때처럼 하나로 뭉쳐있지 않다. 히스패닉이나 젊은 층도 마찬가지다. 선거 캠페인을 잘한다면 2008년처럼 단일한 블록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트럼프 진영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많다. 아프리카 아메리칸 결집도 예전같지 않다"며 "결국 해리스가 아프리카 아메리칸, 히스패닉, 젊은 층에서 단일대오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겠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민주당의 진보적 성향 전략가들의 테제는 틀렸다"고 진단했다.

안병진 교수는 아프리카 아메리칸, 히스패닉, 여성, 젊은 층 등 민주당의 '집토끼'를 결집을 복원하고 노동자 계급에서 열세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루이 텍세이라처럼 중도주의적인 전략가의 경우 노동자 계급 정당 브랜드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해리스도 노동자 계급에서 트럼프에 덜 져야만 승산이 있다"며 "바이든이 2020년에도 노동자 계급에서 졌지만 트럼프와 격차가 4%P 정도였다. 최대한 백인 노동자 계급에서 트럼프에 덜 지고 집토끼에서 잘 지켜낸다면 바이든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지금 해리스는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에서 이기거나 접전을 펼칠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를 수성하고 네브래스카에서도 이기는데 조지아, 애리조나를 더 이겨 여유있게 트럼프를 이기는 것이 해리스 캠프의 목표"라며 "하지만 지금 민주당 진보 전략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박빙으로 질 수도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 블루월에서도 위스콘신 정도가 조금 이기고 나머지는 여전히 진다고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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