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소셜서비스(SNS) 계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과 사진이 대거 유포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바이든 흔들기'에 나선 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차라리 바이든 당선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마가(MAGA)'를 사칭하는 가짜 SNS 계정 일부가 중국과 연계돼 있으며, 이런 계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글과 음모론이 활발히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대선판을 뒤흔든 러시아의 활동과 비슷하게 중국 정부도 이번 선거판에서 바이든 흔들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정보 계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과 사진이 대거 유포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한 가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조롱하고, 죄수복을 입은 바이든의 가짜 사진을 유포했다. 여기에 바이든이 사탄주의 소아성애자라는 거짓 주장을 활발하게 퍼 날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이들 계정은 중국 정부의 가짜 정보 계정인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와 연계돼 있었다. 일부 계정의 경우 과거 중국어로 친중 성향의 게시물을 올렸지만, 최근 미국인으로 위장해 영어로 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민주주의 수호재단에 따르면 현재 페이스북에서 바이든을 공격하는 글 등 반미 성향의 메시지를 내보내는 비인증 페이지와 계정은 170개에 달한다.

2024년 3월 1일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 법원 근처에서 바이든의 초상화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이 그려진 100달러 위조 지폐를 든 사람의 모습.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이 벌인 공작과는 다르게 이번 대선을 겨냥한 가짜 정보 캠페인은 한층 교묘해져 식별이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미 형성된 트럼프 지지층의 음모론에 편승하는 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보다 쉽게 스며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극우 관점에서 동성애자 권리·이민·범죄처럼 논란이 되는 이슈를 다루고 있다.

NYT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미국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과거 중국의 공작과 비교해 한층 구분해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중국 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보다는 트럼프 당선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 칼럼 "트럼프 재선시 중국 안심"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저우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라는 칼럼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동맹국들만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내다 봤다.

저우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만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바이든과 달리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짚었다.

또한 트럼프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이럴 경우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은 ‘제로’에 가까워져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제조업체, 미국 금융시장과 미국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트럼프 당선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마스크가 2016년 중국 저장성 진화에 있는 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거래를 원하는 사업가이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재집권이 중국에 이익이라고 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가 최근 '대만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미국으로부터 빼앗았다'고 비난한 것은 트럼프가 대만을 방어할 의향이 없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AP는 덧붙였다.

NYT "중국 개입, 시 주석 약속과 배치" 

NYT는 중국의 미 대선 개입 정황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약속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가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올해 미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시 주석의 약속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 내에선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개입 움직임에 우려가 여전하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미국 지도부에 대한 의구심을 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위한 중국의 캠페인이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한층 정교한 수준의 영향력을 (미국 사회에) 행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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