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을 선언한 이란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1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고, 레바논 헤즈볼라 지휘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사망하면서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가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며 중동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당초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의 대대적인 보복이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군사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란 내부에서 보복을 통해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강경론과 보복시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도 이란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과 차별화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마스의 새로운 수장에 강경파 신와르가 선출된 것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이다.

WP "이란, 보복 재고할 가능성" 이란 매체 "대통령, 최고지도자에 보복자제 간청"

지난달 3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마스의 1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 당하면서 중동 정세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즉각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예고했고, 미국은 5일을 전후로 이란의 대대적인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각국은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이란과 이스라엘로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했다. 현재 인근 영공으로는 항공기도 다니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란의 보복성 군사 행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에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오는 12~13일에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샤 베아브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바빌로니아 제국에 파괴된 사건을 애도하는 명절이다.

앞서 미국이 5일경 보복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이스라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보복을 조금 더 늦춰 방심한 틈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란이 보복을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주 백악관이 이란과 물밑 접촉을 통해 자제를 촉구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가자지구 내 휴전 협상을 방해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스 이그나티우스는 "백악관 관리들이 바이든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6일 이야기했다"며 "이란이 하니예 암살에 따른 중대한 보복 계획을 재고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란 대통령도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 이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같이 간청했다고 보도했다.

즉, 이란 내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시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기간시설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재보복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니예 암살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자국민의 피해가 없었다는 것도 이란 내부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 접견하는 이란 대통령(우측) [사진=AFP=연합뉴스]

중동 국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 규탄.. 사우디·요르단은 "이란, 우리 영공 통과 안돼"

중동 국가들의 태도도 이란의 대대적인 보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OIC에는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연맹 회원국과 이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57개국이 가입돼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회의 후 성명에서 "불법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에 이 극악무도한 공격에 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란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주최국인 사우디 왈리드 알쿠라이지 외무차관도 하니예 암살은 이란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우리는 어떤 형태의 주권 침해나 내정 간섭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메시지를 내고 있으나 동시에 이란의 보복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즉,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의 영공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두 나라의 협조가 필요한데 현재 사우디는 물론 요르단도 영공 통가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이날 회의에서 이란도 유엔 안보리에게 책임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합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히세인 브라힘 타하 OIC 사무총장도 "유엔 안보리가 책임을 지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라"고 촉구하면서 "중동 전체의 안전과 안정을 저해할 역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 지속되는 이스라엘 침공의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중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중러도 보복 자제 촉구.. "보복자제시 서방과 관계 개선"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이란을 향해 보복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보복 여력이 없는 이란이 못 이기는 척 국제 사회의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외신의 보도에도 언급된 것처럼 미국 정부는 보복 자제시 서방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당근을 이란에게 전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우리가 계속 집중하는 것은 긴장 완화의 가능성"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우리의 안보를 수호하는 것이고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에 긴장 격화를 피할 것을 장려해달라'고 중동 지역 파트너들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6일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압델라티 장관에게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이 암살당한 것이 지역 정세를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면서 "이런 암살 행위는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자 이란의 주권과 존엄을 침해한 것이고, 각 당사자의 평화 촉진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며 가자 휴전을 더 요원하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상호 보복은 악순환을 낳고 폭력으로 폭력에 대응하는 것은 문제를 격화할 뿐"이라며 "가자 충돌 문제에 이중 잣대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왕 부장은 사파디 장관에게 "국면의 악화·상승을 피하는 핵심은 가자 지구 전면적·영구적 휴전을 조속히 실현하는 데 있다"며 "국제 사회는 응당 이에 관해 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연합뉴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통해 이란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지낸 쇼이구 서기는 5일 이란을 방문,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과 이란군 참모총장 등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신임 정치국장 야히야 신와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변수는 네타냐후 돌발행동.. 하마스 새 수장 강경파 신와르도 우려 요소

이란이 미중러 등 국제사회의 자제 요구를 수용할 경우 확전을 방지했다는 명분과 함께 심각한 경제난을 돌파할 당근도 얻어낼 수 있으나 변수는 네타냐후 총리의 돌발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지구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긴장을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하니예 암살을 놓고도 바이든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국제사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새 수장으로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선출된 다음날인 7일 가자지구에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또,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남부 주아이야를 무인기로 폭격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특히, 신와르의 선출은 휴전 협상을 어렵게 할 요소라는 분석이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스라엘이 현상금 40만달러를 내걸었을 만큼 신와르는 대화 상대가 아닌 '제거 1순위' 인물이다.

하마스도 신와르를 지도자로 내세운 이상 협상 보다는 '무장투쟁'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관리는 6일 신와르의 선출에 대해 "점령 세력(이스라엘)에 계속 저항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도 신와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7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신와르에 대해 "그는 자기 손에 끔찍하게 많은 피를 묻혔다"며 "이 자(신와르)는 작년 10월7일 이뤄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설계자 역할을 했고, 그의 손에 묻은 피의 일부는 미국인의 피"라고 지적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그는 지난 9개월여간 이뤄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끌어내고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최고 결정권자였다"며 "그 점에 있어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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