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셀 군도 중 가장 큰 섬인 우디섬(Woody Islan). 중국명으로 ‘융싱섬'이다. By Paul Spijkers - http://www.airliners.net/photo/

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중국명 ‘시사군도西沙君島’)는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와 더불어 남중국해에서 가장 요충지이다. 암초로 분류되는 스프래틀리 군도와 달리 파라셀 군도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살고 있다. 군도 중 가장 큰 섬인 우디섬(Woody Island·중국명 ‘융싱섬永興島’)은 남중국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으로 2020년 말 기준 2333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 융싱섬에 철물점이 들어섰다고 파라셀 군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발표했다. 이 섬을 관할하는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사(三沙)시 인민정부는 지난 2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전날 씬이우철물점(鑫宜五金店)을 공식 개점했으며, 해당 철물점은 융싱섬 지창(機場·공항)로 공항 화물터미널 옆에 자리했다. 면적 100㎡ 규모의 매장은 12개 진열대에 8개 범주의 공구, 전기부품, 소방 안전용품, 수도관, 창호 부품, 전차 부품, 페인트 등 수천 가지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고 밝혔다.

융싱섬에 씬이우철물점이 개점했다. 하이난성 싼사시 인민정부 공식 SNS 계정

매장 운영·관리를 책임진 왕하이룽(王海隴) 싼사시 천근서비스관리유한공사(天勤服務管理有限公司) 종합팀 부팀장은 “씬이우철물점은 2개월 가까운 사전 준비 기간을 갖고 각 섬의 암초에 주둔하는 군민(軍民)에게 일상적으로 필요한 철물 관련 용품을 준비했다”며 “현재 매장 진열품은 섬 주민들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도록 완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만 일간지 연합보(聯合報)는 “중국은 융싱섬에 대한 실효 지배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커피숍, 샤브샤브 식당, 군중(軍中) 슈퍼마켓에 이어 철물을 주로 취급하는 잡화점까지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철물점 입점은 그동안 중국이 그동안 추진해 온 남중국해 분쟁 도서(島嶼) 영유권 굳히기의 연장선상이다. 우디(융싱)섬의 면적은 2.1㎢, 길이 1.850㎞, 너비 1.160㎞다. 중국 언론은 이 섬이 ‘남중국해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 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대만에 대해 똑같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싼사시는 2012년 중국이 설치한 하이난성 산하 지급(地級)시로 인민정부 청사 소재지는 융싱섬이다. 파라셀 군도는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대만, 베트남과 영토 분쟁 중인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어민들이 정박지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1884~85년 청불전쟁 이후 프랑스의 간섭이 심해지자 청나라는 1902년 관리를 보내 자국의 일부임을 선언하는 비석을 세워 근대적 편입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1933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가 일방적으로 편입을 선언하면서 영유권 분쟁이 시작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종식되고 동남아시아에 힘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면서 영유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1946년 중화민국이 탈환을 시도했으나 프랑스가 지켜냈고, 이후 남베트남에 넘어갔다. 46년 당시 국민혁명군은 해군 초계함 융싱(永興)함을 이곳에 보냈는데 이후 융싱섬의 지명이 됐다. 국공 내전 결과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패퇴한 후에도 양안 모두 이 섬을 중화의 전통적인 영역이라 봤다. 장제스(蔣介石)가 ‘베이징이 여력이 안되면 우리가 대신 탈환하겠다’ 공산당 정부에 타진할 정도였다.

베트남 전쟁 와중인 1974년 1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마침내 군도 전체를 점령했고 지금까지 중국, 대만, 베트남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대만의 경우 스카버러 암초나 스프래틀리 군도 정도에만 군사력을 행사하기에 사실상 중국과 베트남 간의 분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측의 점령 행위가 사실상 불법 침공으로 이뤄진 것이라 아직도 파라셀 군도 일대가 베트남령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2018년 호치민에 있는 한국국제학교는 파라셀 군도의 명칭 문제로 세계지리 교과서를 회수했다가 2달 뒤 학생들에게 돌려줬는데, 파라셀 군도가 적힌 부분을 찢겨있었다고 한다. 베트남은 이 섬들을 ‘호앙사 군도’라고 부른다.

베트남전쟁

중국군은 군도 곳곳에 활주로와 항구 등 군사기지 등을 건설해 요새화를 거의 완성한 상태다.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력 투사를 쉽게 하기 위해 2016년 싼사융싱공항(三沙永興機場)을 개장했다. 공항에는 인민해방군 해군 항공대 소속 전투기 J-11B가 항시 배치되어 있다. 공식 행정구역 싼사시 설립 후 융싱섬에는 군인, 민간인 이주가 본격 시작됐다. 보잉 737, 에어버스 320 등 중소형 민항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놓여 있다. 중국 하이난항공(海航)은 하이난성 성도(省都) 하이커우(海口)를 연결하는 부정기노선을 운영 중이다. 2018년엔 봄바이 암초에도 감시용 탐지기를 설치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각 도서(島嶼)·서초(暑礁)의 실효 지배를 굳히고 있다. 지속적으로 해수면을 매립하여 도서·서초 면적을 확장하고 있다. 섬 상주민을 위한 부대 시설 확충도 줄을 잇고 있다. 우체국, 은행, 학교, 도서관, 공원, 병원, 발전소를 건설했다.

베트남은 최근까지도 영유권 탈환을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은 자국의 주권이 파라셀제도에 미친다는 것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 역사적 증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베트남은 파라셀 군도에 대한 주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월 17일엔 남중국해 중부 해역에서 베트남 해안선 기점 200해리(배타적 경제수역·EEZ)를 제외한 대륙붕 외부 경계선 획정안을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공식 상정했다. 상정안이 채택되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베트남의 주권이 국제법,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미친다고 주변국에 통보했다.

앞서 지난 5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파라셀 군도에 대형 병원선 유아이함을 파견해 베트남 정부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관영 CCTV를 통해 “유아이함이 7일간 약 600해리(약 1111㎞)를 항해해 파라셀 군도로 이동, 현지에 배치된 인민해방군 군인들의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심리상담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유아이함은 길이 약 100m, 배수량 5000t 규모의 헬기 이착함이 가능한 대형 병원선이다.

스프래틀리 군도 최대 섬인 타이핑다오. 바이두바이커

이 와중에 대만은 자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 최대 섬인 타이핑다오(太平島·영어명 이투 아바) 챙기기에 나섰다. 자체 기술로 건조한 첫 1만t급 해군 상륙함인 위산(LPD-1401)함이 5일 4천t급 청궁급 호위함과 함께 타이핑다오에 도착, 스프래틀리 군도의 첫 순찰 항해를 마쳤다고 대만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동의 석유가 동아시아로 흘러가는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석유 등 천연자원의 보고인 남중국해에서 바람 잘 날은 없을 것 같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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