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한국 소비자에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알테쉬(알리·테무·쉬인)뿐만 아니라 징둥(JD.com·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VIP.com(唯品會·패션, 화장품 등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Dangdang(儅儅網·중국의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 Suning(囌寧易購·중국의 대형 전자제품 유통 업체) 등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2023년은 그야말로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전성기였다. 수입량에서 미국을 제쳤다. 2023년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량은 2022년 대비 70.3% 증가했다. 이 기세를 타고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쿠팡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커머스 플랫폼이 됐다. 한국 3대 이커머스 플랫폼에 해외 플랫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2024년 쿠팡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커머스 플랫폼이 됐다.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업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얼마 전 중국의 대외경제무역대학 한반도 문제 연구센터의 취안샤오싱(權小星)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첫째, 한국의 크로스보더 기반은 매우 탄탄하다.
한국은 모바일 기기 보급률이 97%에 달하며, 대다수의 사람이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이커머스 보급률은 53.2%, 2029년에는 6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소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1인당 온라인 소비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컨대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한국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이상적인 소비층이라는 얘기다.

둘째, 한국의 인구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이커머스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유리하다.
2023년 말 기준 수도권 주민등록 인구는 전국 총인구의 50.7%를 차지하는 약 2610만 명이다. 다시 말해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 인천 등 몇몇 핵심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셋째, 한국의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커머스 쇼핑이 주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42%에 달하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중 21.8%가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트렌드가 이커머스의 인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이커머스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의 이커머스 거래량은 이미 동남아시아 6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의 이커머스 거래량을 넘어섰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해외 기업에 한국은 항상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미국의 아마존조차 한국 현지 이커머스와의 제휴를 통해서만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한국 시장은 월마트, 까르푸 등 해외 기업이 모두 실패한 ‘해외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을까.

그렇다면 아마존 같은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중국 이커머스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공급망이다.
중국 이커머스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상품 소싱의 경우 중국의 이우(義烏)와 광둥(廣東)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주로 소형 상품들에 집중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2023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알리익스프레스의 10대 품목도 애완동물 용품, 유아용품, 어린이 장난감 같은 소형 상품들이었다. 취안샤오싱 연구원은 그 이유를 한국이 현재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급등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한국인의 소비 패턴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중국 이커머스 상품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류 운송의 경우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상품을 포장해 발송하면 해운으로는 다음날, 항공 운송으로는 당일 한국에 도착한다.

둘째,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중국 기업의 현지화 능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는 올해 한국 정부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5720억 원)를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3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런 움직임은 알리익스프레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한국에서 큰 호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장기적인 운영을 위한 기반도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됐다. 중국 이커머스는 이렇듯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축적해 왔으며 이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탄탄한 이커머스 기반을 갖춘 데다 저출산, 고령화, 소비 감소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의 가성비 제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국은 중국 이커머스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탐나는 무대가 됐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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