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이탈리아는 오히려 세금↑

부동산 오르면 여론 악화 부담

“부유층 특혜, 정치적 정당화 어려워”

공항 이미지. 신화연합뉴스

영국 부자들이 영국을 떠나고 있다. 새로 들어선 노동당 정부가 부유한 외국인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비거주자(non-dom) 세제 혜택 제도를 폐지하기로 정하면서다.

영국의 일간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FT는 “초부유층의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며 “그 결과, 세금 감면 혜택이나 시민권, 영주권을 내세워 부유층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했다.

FT가 영국의 투자 이주 컨설팅 회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국은 부유층 이민 순유출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였다.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 한국(1200명) 순이다.

FT는 영국의 부유층 유출을 비거주자 세제혜택 제도가 폐지 결정된 탓으로 분석했다. 해외에 주거지가 있는 외국인의 경우 그동안은 최대 15년간 해외에서의 소득 및 자본이득과 관련한 세금을 영국에 내지 않아도 됐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의회 해산에 따른 조기 총선이 지난달 치러진 결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하원 1당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져, 다수 부유층은 부자 증세에 대비해 이주를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노르웨이는 2022년 부유세와 자본이득세를 바꾼 이후 부유층이 떠나고 있다. 헨리 앤드 파트너스는 올해 세계 백만장자 12만8000명이 이같이 국가, 도시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종전 기록인 지난해 1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세 업무를 담당했던 파스칼 생아망스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고국에 머물면서 자산을 해외 조세회피처에 뒀는데, 이제 금융 비밀이 보장되지 않고 정보 교류가 늘면서 한 국가에서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고 했다.

부유층 유치는 국가 전체 자산과 소비 증가 효과를 가져온다. 부유층에 물리는 직접세만이 아니라, 그들이 내는 소비세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에 부유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모나코를 넘어, 지난 수십년간 키프로스·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싱가포르 등도 부유층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올해 순유입 1위는 UAE(6700명)가 차지했다. 개인 소득세가 없고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 영향이다. 그 뒤로는 미국(3800명)·싱가포르(3500명)·캐나다(3200명) 등이었다. 부유층의 해외 이주에는 세금이 핵심 고려 요소이긴 하지만, 안보·교육·안정성·문화 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부유층 유입이 꼭 해당 국가 정부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여론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 지난 1년간 영국·포르투갈·이탈리아 및 북유럽 국가 등이 관련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도 했다.

한 국제 세무 관계자는 “(외국인 부유층 상대 세제 혜택은) 결국 부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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