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접경지역에서 이동 중인 우크라이나 전차 2024.8.11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영토 일부를 장악하면서 전황이 급변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내친김에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까지 타격해 푸틴을 끝장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본토에 대한 '도발'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을 조만간 마무리 짓고 우크라이나 영토 '해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 본토 타격으로 전황에 큰 변화가 생기기 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을 향해 추가 지원을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둔 '카드'로 평가하고 있다.

젤렌스키,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 "푸틴 제거할 것"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을 점령하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미 대선에서 '내년 1월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상실한 채로 종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의 종전계획을 지지한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타격이라는 카드를 통해 전황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침입한 뒤 일주일 째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시 면적의 1.65배에 해당하는 1천㎢가 우크라이나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일부를 점령한 것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도 12일 우크라이나군이 영토 안 12㎞까지 진입했으며 총 2천여명이 사는 28개 마을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쿠르스크 주민 12만1천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5만9천명이 추가로 대피 중이라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1일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례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본토 진격 이후 일주일이 지났으나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쿠르스크주의 한 마을 관공서에 우크라이나 깃발을 게양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푸틴을 제거하겠다며 미국과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선을 가로질러 반격을 가하는 동안 서방 동맹국이 러시아 깊숙한 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시 한번 간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영국 등 서방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스톰섀도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면서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 외 러시아 본토 공격에서의 사용을 허용하지는 않았는데 이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국군의 공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한 지역(Guevo)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군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 "서방 향한 추가 지원 신호" "종전 협상 대비 카드"

푸틴 "우크라, 협상 우위 위해 본토 도발.. 몰아낼 것"

이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점령은 서방의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적의 영토에서도 복잡한 작전을 수행 가능하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카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러시아와 협상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일부를 점령한 만큼 향후 종전 협상시 서로가 빼앗은 영토를 돌려 주는 조건을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2일 우크라이나가 차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본토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열린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적을 영토에서 몰아내고 제압하며 안정적인 국경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도발'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적은 분명 합당한 대응을 받을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목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향후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러시아가 통제 중인 자포리자의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1기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난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공세를 멈추고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현재 러시아가 장악한 지역을 되찾고자 이러한 행동에 나섰으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진격 속도는 오히려 1.5배 빨라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군 격퇴를 위해 추가 병력과 군사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리시치네 마을을 장악했고 지난달에만 도네츠크에서 19개 마을을 '해방'했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외곽에서 접경지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사기 높아져" vs "러시아 공세 더 강해질 것"

이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의 사기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향후 전황도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격에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본토를 공격받을 수 있다는 변수가 생긴 만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에만 전력을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학 담당 매슈 사빌은 "한동안 우크라이나 국민의 시각이 어두웠다"면서 "하지만 이번 공격은 그들이 러시아를 기습하는 작전을 여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마이클 클라크 특별연구원은 10일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러시아 침공은 지금껏 젤렌스키가 내린 가장 위험한 결정"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번 침입을 끝내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러시아군의) 압도적 숫자가 전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러시아 본토에 침입한 상황이 계속되는 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만이 이와 비슷할 정도로 위험한 반격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과 달리 이번 역공은 전쟁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주재한 영국의 전 국방무관 존 포먼도 "그들이 그것(장악한 러시아 땅)을 고수하려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그들이 계속 타격을 입고 '피로스의 승리'(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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