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아이가 갱단의 난동으로 화재가 발생한 거리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갱단 폭력으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일주일에 평균 5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 통계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올해 1∼6월 아이티에서 131명의 어린이가 무장 폭력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일주일에 5명 꼴이다.

피해자 가운데는 빗겨간 총알에 맞은 사례도 있지만, 일부는 라이벌 갱단이나 경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고의적인 표적이 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의 아이티 지역 담당자인 샹탈 실비 임보는 “동네 전체가 불타고 납치와 성폭력이 만연한 가운데 어린이들이 총격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이 끔찍한 숫자 뒤에 확인되지 않은 피해 어린이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지난 2~5월 갱단 폭력으로 아이티에서 난민 58만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린이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언제든 교전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강력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카리브해 최빈국인 아이티는 수년째 갱단 폭력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어 왔다. 2010년 발생한 대지진과 콜레라로 몸살을 앓아온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공권력마저 붕괴했다. 무너진 권력의 빈 자리를 갱단이 파고들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됐다.

특히 지난 3월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립교도소를 습격, 재소자 3000여명을 탈옥시키고 공항과 경찰서, 관공서 등을 습격하며 폭력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소요 사태로 아리엘 앙리 전 총리가 지난 3월 사임했고 이후 구성된 과도위원회가 새 총리를 지명, 개리 코닐 총리가 지난달 취임해 국정 정상화에 나섰다.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냐 경찰까지 파견됐으나 갱단 폭력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코닐 총리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티 경찰이 인력과 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더디게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 3~6월 아이티 전역에서 갱단 폭력으로 인한 사상자는 최소 1379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이전 4개월과 비교하면 45% 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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