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의료시설에서 간호사가 엠폭스 백신을 주사기에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엠폭스(원숭이두창) 전염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재선언하자 엠폭스 백신을 저소득 국가에도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번 비상사태에는 2022년 선언된 비상사태 당시와는 다르게 불공평한 처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당시 백신과 치료제는 주로 서방 국가에 개발·제공됐고, 아프리카에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WHO는 2022년 한 차례 엠폭스에 대해 PHEIC를 선언했다가 지난해 5월 해제했다. 그러다가 변이 바이러스인 ‘하위계통 1b’가 아프리카에서 확산하자 지난 14일 다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AU) 13개 회원국에서 올해에만 1만7541건(사망 517건)의 엠폭스 감염·의심 사례가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160%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WHO도 엠폭스 백신을 비축하고 있는 국가를 향해 “지속적인 발병사례가 나오는 국가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전날 “엠폭스 발병 지역의 백신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백신 기부를 받고 있다”며 “백신이 유일한 발병 억제 수단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변인은 “엠폭스는 가까운 개인 간 접촉을 통해 번지는 병이어서 국경봉쇄 여부와 큰 상관성이 없을 것”이라며 “WHO는 국경봉쇄를 대처 수단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대륙에선 엠폭스 변이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날까지 아프리카 55개국 중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올해에만 확진 사례 1만4479건, 사망 455명이 나왔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WHO보다 하루 앞선 13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아프리카국에만 200만 회 분량의 백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엠폭스 백신은 덴마크 업체인 바바리안노르딕의 MVA-BN(진네오스)과 일본 업체 KM바이오로직스의 LC16 등 두 가지이다. 다만 LC16은 대량생산하고 있지는 않으며, MVA-BN은 인당 두 차례 투여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산하 보건비상사태 대응국(HERA)은 앞으로 MVA-BN 17만5420회분을 생산해서 아프리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와 별도로 바바리안노르딕도 HERA에 4만 회분의 백신을 별도로 기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웨덴, 파키스탄 등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도 엠폭스 확진자가 발견되면서 백신 주문 ‘병목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폴 채플린 바바리안노르딕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에 엠폭스 백신 30만 회분이 준비돼 있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200만 회분을 생산하려면 이달 말까지는 주문이 들어와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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