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분쟁 중재 등으로 리더십 과시 나설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으로 전황이 불리해진 가운데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영토 분쟁 중재 등으로 리더십 과시에 집중할 전망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저녁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공항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야쿠프 예유보프 제1부총리의 공항 영접 속에 푸틴 대통령은 전용차인 아우루스 리무진을 타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자굴바 관저로 이동해 비공식 만찬을 했다.

주요 공식 일정은 19일 진행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굴바 관저에서 알리예프 대통령과 회담하며 양국 전략적 동반자 및 동맹 관계 발전과 국제·지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도 진행한다. 회담 후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한다. 또 방문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은 알리예프 대통령의 부친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묘를 방문해 헌화한다. 아울러 바쿠의 생태 복원 프로젝트 지역인 ‘화이트 시티’도 찾는다.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계속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코카서스 지역 국가(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조지아)를 방문한 것은 2018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AFP는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ICC 설립 협정인 로마 규정에 비준한 당사국이 아니라 이번 방문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아제르바이잔과의 협력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안으로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수입량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평화중재자로서 리더십을 과시하고,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재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전쟁 당시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대부분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기도록 하는 내용의 평화협상을 중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발생한 무력 충돌로 이 지역을 30년간 장악하며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아르메니아계 자치 세력이 사실상 해산했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중립을 내세워 자국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총리는 러시아에만 안보를 의존해온 것이 실수였다고 공개 발언하는가 하면 미국과의 공동 군사훈련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에도 가입했다. 옛 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 온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단행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 이후 리더십 부재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기습 공격과 관련한 안보 회의에서 평소보다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공개하자 짜증을 내며 말을 끊었지만, 구체적 대응 전략은 제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단기간에 바꿀 수 없는 전황 대신 외교적 성과를 내세워 지도력 회복에 나설 수 있다. 앞서 크렘린궁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볼 때, 국경 설정 절차 등을 테이블에 올려 갈등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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