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東大廳)에서 열린 덩샤오핑 120주년 기념 좌담회 주석단에 정치국원 18명과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빠져 지난 100주년과 110주년보다 격식을 낮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C-TV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인민대회당에서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 탄생 120주년' 기념좌담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 규모를 두곤 앞선 100주년과 110주년 좌담회보다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04년 100주년 좌담회에는 당시 상무위원 9명과 장쩌민 군사위 주석까지 전원이 참석했으며, 대형 문예 공연도 펼쳐졌다. 시 주석 집권 1기인 2014년에 열린 110주년 좌담회에도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좌담회엔 러시아 방문으로 리창(李强) 총리가 빠지면서 행사 격식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덩 전 주석에 대해 "당과 인민, 국가와 세계에 뛰어난 공헌을 했다"며 "(그가 주창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사상적 재산은 '덩샤오핑 이론'”이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세 하에서 이론의 정수와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덩샤오핑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 참석한 덩샤오핑 자녀 덩린(鄧林·83), 덩난(鄧楠·79), 덩룽(鄧榕·74), 덩즈팡(鄧質方·72). CC-TV 캡처

시 주석은 또 흔들리지 않는 공산당 체제도 강조했다. 그는 “당은 영원히 질과 색과 맛이 변하지 않아야 하고, 시종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의 굳건한 지도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 실현은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옛 세대 혁명가의 숙원"이라며 "막을 수 없는 역사의 조류"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추동하고 '대만독립'을 굳게 반대하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2일 덩샤오핑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 참석한 마오쩌둥의 손자 마오신위와 류사오치의 아들 류위안 상장. CC-TV 캡처

하지만 막상 당 기관지들은 덩샤오핑 이론과 이른바 '시진핑 사상'의 차별화를 부각했다.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21일자에 덩샤오핑의 사상해방을 다룬 글에서 "몸은 신시대에 진입했지만 사상이 과거에 머문다면 광풍과 폭우가 몰아칠 때 진퇴의 근거를 잃고 결국 현대화 건설의 좋은 발전 국면을 망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덩샤오핑 이론이 아닌 '시진핑 사상'을 따르라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날 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신시대 새로운 여정에서 군의 업무 중심은 전쟁과 전투 준비로 돌아가야 하며 강적을 물리치고 군사투쟁을 탄력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덩의 군사이론을 재해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덩샤오핑 탄생 120주년 기념좌담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CC-TV 캡처

덩샤오핑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시진핑이 덩의 유산을 일부 파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68세 정년을 규정한 '칠상팔하'와 전직 상무위원에 대한 기소 면제 등 불문율을 깼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덩샤오핑이 주장한 ‘개혁개방’과 ‘일국양제’가 퇴색했다”며 “시의 '심화개혁'이 덩의 '개혁개방'을 압도했다”고 짚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덩샤오핑의 자녀 덩린(鄧林·83), 덩푸팡(鄧朴方·80), 덩난(鄧楠·79), 덩룽(鄧榕·74), 덩즈팡(鄧質方·72)이 모두 참석했다. 마오쩌둥의 손자 마오신위, 류사오치의 아들 류위안 등 많은 홍이대(紅二代)의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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