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바이두

‘백 발을 쐈는데 만약 한 발이 빗나갔다면, 그를 훌륭한 궁수(弓手)라고 할 수 없다.’ ‘순자(荀子), 권학(勸學)’편의 한 구절이다. 저자의 엄격하고도 치열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사자성어는 마중지봉(麻中之蓬)이다. 앞의 두 글자 ‘마중’은 ‘마(麻)들 사이에’라는 뜻이다. 마는 삼베의 재료 식물이고 곧게 위로 자라는 특성이 있다. ‘지봉’은 ‘~의 쑥대’란 뜻이다. 이 둘이 합쳐져 ‘마와 함께 섞여 자라는 쑥’이란 뜻이 되었다. 주로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줄기가 사방으로 굽으며 성장하는 쑥도 삼밭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게 성장한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쑥대는 줄기가 약하다. 미풍(微風)만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흔히 폐허처럼 무질서한 상태나 마구 헝클어진 장면을 두고 ‘쑥대밭이 되었다’라고 표현한다.

‘봉생마중(蓬生麻中), 불부이직(不扶而直).’ ‘만약 마 군락지에서 성장하면, 따로 지탱하는 것이 없어도 쑥이 저절로 곧게 큰다.’라는 뜻이다. ‘마중지봉’은 ‘순자, 권학’편에 나오는 이 구절에서 유래했다.

순자는 조(趙)나라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순황(荀况)이다. 생몰 연대를 확정할 수 없으나, 그의 주요 활동 시기는 기원전 298년에서 238년에 걸쳐 있다. 바야흐로 서쪽의 진(秦)나라가 무력에 의한 중국 통일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런 격변기였기에 각 가정에도 변고가 끊이질 않았다. 순자는 15세가 되자 배움을 위해 동쪽의 제(齊)나라로 향했다.

학문에 뜻을 둔 중국 각지의 인재들이 운집한 제나라 ‘직하학궁(稷下學宮)’에서 순자는 차츰 두각을 나타낸다. 중년기에 ‘직하학궁’의 최고 권위를 가진 지위에까지 올랐다. 그는 제자백가(諸子百家)와의 치열한 논쟁도 사양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유학을 집대성하고 제자백가를 융합하여 재해석한다는 큰 프로젝트를 마음에 품는다.

우선 순자는 공자의 ‘주재지천(主宰之天)’이나 맹자의 ‘운명지천(運命之天)’ 사상을 버리고 자연 현상과 인간을 철저히 분리했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따로 있고, 인간 세계의 길흉(吉凶)과 전혀 무관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햇살을 가리던 커튼을 아예 철거해버린 것과도 같은 당찬 주장이었다. 지금 기준으론,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다. 하지만 과학과 무속이 여전히 혼재하던 시대였다. 심지어 음양가(陰陽家) 사상이 유행하여, 서민들은 물론이고 제후들조차 순자의 표현대로 ‘무당에 현혹되어 귀신에게 복을 비는 행위’를 신봉했다. 그래서 천하의 맹자조차도 ‘하늘의 명령이 이러하다’식의 타협적 논법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익을 좋아한다(今人之性, 生而有好利焉)’. 이 엄연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던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에 기초하여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 이는 현대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도 통한다. 순자의 이 사상은 훗날 정통 유학자들에 의해 이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허세나 거품을 걷어내고 심플하게 ‘성악설’에 기초한 순자는 자연스럽게 ‘내면의 수양’보다는 외부적 제어 장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그는 사회와 관련해서는 공리주의적 입장에 섰다. 인간은 지혜를 가진 존재이기에, 공동체의 무질서를 방지하기 위한 인위(人爲)라면 학습할 의지와 자질이 넘친다고 추론한 것이다.

결국 순자는 공자의 인의예(仁義禮) 가운데 예(禮)를 특별히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동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본능을 갖고 태어나지만, 공동체 생활과 교육을 통해 교화(敎化)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에 주목하며 그는 인류 문명 발전의 밑그림을 유교 사상가 겸 교육자의 입장에서 차분히 스케치했다.

마중지봉. 이 네 글자에서도 느낄 수 있듯, 그는 교육 환경도 매우 강조했다. 그렇다면 마중지봉의 반대말은 뭘까. 가깝게는, 근묵자흑(近墨者黑)과 근주자적(近朱者赤)이 있다. 후학들의 배움과 관련해 ‘단 한 발의 빗나감’도 허용하지 않았던 순자의 그 강골(强骨) 원칙이 그립다. 어쩌면 스스로를 위한 좌우명(座右銘)이기도 했을 것이다.

홍장호 황씨홍씨 대표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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