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수입 삼륜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중국 삼륜차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동한 이번 조사는 관람차, 골프 카트, 전기 삼륜차 등 저속 유인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중국산 삼륜차는 현지에서도 매우 경쟁력 있는 제품이다. 몇 년 전 미국의 페덱스(FedEx)가 전기 삼륜차를 출시했으나 가격이 약 1486만 원에 달해 가성비 좋은 중국산 삼륜차에 크게 뒤진 사례도 있다.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인 삼륜차는 대부분 한 곳에서 생산된다. 바로 중국 정저우 허난성 뤄양시의 옌스(偃師)다. ‘중국 삼륜차의 수도’라는 별명을 지닌 옌스는 뤄양시의 한 지역이다. 중국 삼륜차의 40% 가까이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2023년에만 삼륜차 5만 8000대와 관련 부품 54만 개가 옌스에서 수출됐고 수출액은 6억 위안(약 1117억 2600만 원)을 넘어섰다.

다양한 중국의 삼륜차 중 하나

중국의 곡창지대로 유명한 허난성은 아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옌시의 삼륜차가 그 증거다.

다양한 중국의 삼륜차 중 하나

그렇다면 삼륜차 외에 해외에서 활약 중인 허난성 토종 제조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국의 재정 경제 전문가 선솨이보(瀋帥波)는 허난성의 몇몇 제조업 관련 수출 산업에 대해 분석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산업(Laboratory Grown Diamond·실험실에서 길러진 다이아몬드)이다.

작년부터 다이아몬드값이 내렸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됐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는 화학 성분, 물리적 특성, 외관에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약 10분의 1 정도다. 지난해에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며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저청현에서 생산되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전 세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절반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80%는 허난성에서 만들어지고, 허난성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저청(柘城)이라는 작은 현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1960년대, 허난성의 연마재 연구소에서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이 기술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분야로 확장했다. 현재 저청에서는 매년 600만 캐럿이 넘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 이는 중국 시장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아 해외 시장까지 저청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수출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정저우(鄭州)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허난성에서 수출한 다이아몬드 관련 제품은 총 1677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고 한다.

두 번째 산업은 바이올린이다.

전 세계 바이올린의 9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그중 80%가 넘는 중국산 중고급 바이올린이 허난성 주마뎬(駐馬店)시 췌산(確山)현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는 매년 40만 개의 중고급 바이올린을 생산하고 연간 수출액은 2000만 달러(약 265억 5200만 원)에 달한다.

췌산현에서 생산되는 바이올린

초기에 췌산현의 바이올린 산업은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전수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췌산현 사람 한 명이 외국에서 바이올린 제작 기술을 배워온 뒤 점차 더 많은 마을 사람이 그를 따라 바이올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췌산현의 바이올린은 중고급 바이올린의 주요 시장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업계 전시회에서 췌산 지역 기업의 허난 사투리만 들어도 제품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말하는 외국 고객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바이올린에 ‘Made in China’라는 라벨을 붙여야 한다는 고객도 있다.

세 번째는 쉬창(許昌)의 가발 산업이다.

쉬창은 가발을 세계로 수출한다. 2023년 쉬창 가발 수출액은 168억 5000만 위안(약 3조 1398억 2900만 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허난성 쉬창에는 1400개가 넘는 헤어 제품 관련 기업이 있으며 종사자 수는 30만 명이 넘는다.

쉬창 가발

중국에서의 가발 수요는 크지 않지만 특정 해외 시장, 특히 흑인 여성에게 가발은 스타일링 필수품이다. 1990년대 쉬창 사람들은 이미 자체 브랜드 ‘레베카(Rebecca)’를 설립해 저부가가치의 단순 제조 단계에 있던 가발 산업의 브랜드화를 이뤄냈다. 최근 몇 년 동안 쉬창의 가발 산업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디지털화된 해외 진출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글로벌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으로 농업이 발달한 허난은 중국 최대의 밀 생산지다. 하지만 내륙지역인 탓에 개혁 개방 정책에서 제외된 뒤로는 산둥, 톈진 등 연안 지역보다 발달이 뒤처졌었다. 그런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허난성이 속한 정저우의 GDP 성장률이 7.4%로 제일 높았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허난성의 특정 산업군이 크게 한몫한 것이다.

삼륜차부터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바이올린, 가발까지….

허난성에 포함된다는 사실 외에 딱히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산업들이 정저우의 GDP 성장을 이끌었다. 산업마다 성장 과정이 다르므로 필요한 자양분도, 그로 인한 결실도 다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 하면 떠오르는 ‘다양성’의 순기능 아닐까?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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