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전날 ‘자위대 헌법 명기’ 등이 포함된 개헌 쟁점 정리안을 승인한 데 대해 3일 현지 언론 등은 지지층 기반을 다지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하면서 개헌안이 의회에 발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자민당은 전날인 2일 도쿄 당 본부에서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를 열고 자위대 헌법 명기, 긴급사태 조항 도입 등 개헌 쟁점 정리안을 승인했다.

이번 쟁점 정리안은 헌법 9조 1항과 2항을 유지한 채 조문을 신설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한다는 게 핵심이다. 9조 1항은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2항은 육·해·공군 등 전력 보유 포기와 교전권 부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위대가 실질적으로 군대나 다름없어 기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아예 자위대를 헌법에 넣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자민당이 이달 말 당 총재 선거를 발판 삼아 개헌을 전국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위대를 인정하는 방향의 개헌은 자민당의 숙원 사업으로, 자민당은 창당 때부터 당시에 ‘자주 헌법’ 수립을 명기해 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말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보수 당원과 당 의원들 사이에서 개헌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가 자민당 내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 차기 총재 유력 후보 대부분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전에 ‘집토끼’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란 진단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위대 명기 논의는 조기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가 시행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지 기반(보수층)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회의에서 “새 총리가 확실히 (개헌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면서 “자민당의 힘을 결집해 헌법 개정을 실현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는 기시다 총리를 헌법 개정 실현 본부장으로 기용하면 어떨까”라며 찬동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야당의 의견이 달라 쟁점 정리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헌법 개정안은 양원(중의원·참의원)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되며,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가 가능하다. 아사히는 자민당의 개헌 움직임에 대해 “폭넓은 합의를 얻기 위해 어떻게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 전체가 꼭 같은 방향을 보는 상황도 아니다. 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퇴진을 앞둔 현 총재가 차기 총재의 논의 방향을 미리 정해놓는 모양새가 됐다며 “월권행위라고 생각하는 총재 후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자민당은 다만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 규정 신설을 검토 대상으로 남겼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주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간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자민당 혼자선 할 수 없다”며 “다른 정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견 등을) 정리할 것인지가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의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쟁점 정리안은 이외 대규모 재해나 무력 공격, 감염증 만연 등을 ‘긴급사태’로 규정하고 정부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긴급정령을 국회 의결 없이 내각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안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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