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中 보조금에 美 피해"…20개 주들은 '중국인 토지구매금지법'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무역 이슈를 두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어 미국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3일(현지시간) 방중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태양전지·전기 배터리·전기차 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영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미국·멕시코·유럽·일본 등이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3~9일 방중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중국이 자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어 미국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옐런(왼쪽) 장관이 지난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미국은 태양전지·전기 배터리·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 노력 중인데,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 분야에서 과잉 생산을 유발한다"고도 했다. 청정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그는 "우리는 이 부문에 세금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법도 배제하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방문 시 청정에너지 산업 보호를 위한 새 관세 문제를 거론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매체들이 전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조지아주의 태양광 모듈 업체를 찾아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방중 후 약 9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는 옐런 장관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라고 중국에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의 공급 과잉문제를 지적하고,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개선하라고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9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란포안 재정부장,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앞줄 오른쪽 두번째). AFP=연합뉴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 등에 우려를 표한 것과 맞닿아 있다. 앞서 2일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105분간 통화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과 비(非)시장 경제 관행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

美 20여개 주 "외국인토지 구매 제한"…사실상 中겨냥

한편 미국 20여개 주(州)가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겨냥해 외국인토지 구매제한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15개 주가 관련 법을 제정했다. 올해 신규로 제정하거나 추진 중인 20곳을 포함하면 미국 50개 주의 3분의 2 이상이 이런 법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토지구매 제한법은 미국과 적대관계인 러시아·북한·이란·베네수엘라·쿠바 국적자의 토지 소유도 제한하지만 사실상 중국이 타깃이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지난달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중국 등 6개 국가 농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다. 놈 주지사는 같은 달 하원 농무 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중국을 '적'이라고 언급했다.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중국과의 경제 전쟁을 대선 쟁점으로 내세운 가운데, 일부 주 정부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지난달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중국 등 6개 국가의 농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다. 놈 주지사가 2월 23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중국의 토지 보유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없어 이런 입법은 과잉 대응이라고 폴리티코는 평했다. 2021년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농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캐나다(0.97%)와 네덜란드(0.37%)이며, 중국은 0.0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