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레드라인으로 농담하지 말라”며 핵 위협을 반복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장거리 무기가 배치되면 러시아는 완충지대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까지 확대하겠다고 으름짱을 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방관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러시아 국영방송에 “미국은 이미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넘었다”며 “그들(미국과 우크라이나)은 우리의 레드라인에 대해 농담하고 있는데 그래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미국은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라며 “냉전시대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안보 균형을 뒷받침해온 ‘상호 억제’에 대한 감각을 미국이 잃어버리기 시작했으며 이는 위험하다”고 엄포를 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서방이 촉발한 도전과 위협을 배경으로, 러시아는 (핵 교리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서방이 ‘대화 거부’ ‘러시아 이익과 안보 침해’ ‘우크라이나 분쟁 조장’ 등 파괴적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동에는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러시아에서 고려·분석되며, 향후 형성될 (핵 교리 관련) 제안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 러시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강경 발언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가 공급될 경우 완충지대는 폴란드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폴란드 전투기들의 에어쇼 모습. AFP=연합뉴스

그는 타스통신에 “우크라이나 국경 완충지대는 우크라이나군 포격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며 그 폭은 우크라이나에 어떤 종류의 무기가 공급될지에 달렸다”면서 “분명히 우리는 (러시아 영토로) 아무 것도 날아오지 않도록 미래를 위해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그들(우크라이나)이 순항 및 탄도 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공격 수단을 얻고 싶다면, 이 완충지대는 폴란드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서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F-16에 재즘 탑재해 러 본토 공략"

이같은 발언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푸틴의 ‘레드라인’ 발언은 허세에 불과하다”며 서방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와 추가 무기 지원을 거듭 호소 중인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방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에 발맞춰,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규정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합동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재즘)을 이전하는 것에 거의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스텔스 공대지 미사일인 AGM-158 재즘. 사진=록히드마틴

키이우포스트 등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규정 해제와 미국의 재즘 지원이 모두 이뤄지면,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인도받은 F-16 전투기에 재즘을 탑재해 러시아 본토 내륙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자국 본토를 기습 침공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열흘째 이어가고 있다. 4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공습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러시아 국방부는 르비우에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군의 군용기와 미사일 부품을 제작하는 군수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는 남동쪽 국경에서 50여㎞ 떨어진 르비우가 공습받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4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가 러시아의 공습에 파괴된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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