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 연합뉴스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동화 전환 동력 상실과 중국 전기차 공습이라는 이중고에 빠져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는 사이 현대차·기아가 세계로 무섭게 뻗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한 현대차·기아는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달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8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이 16만1881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7%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역대 8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친환경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량 확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전체 누적 판매량 1억대 돌파라는 대기록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196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9966만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 2436만대, 해외에서 7530만대를 각각 팔았다. 1억대를 돌파하면 1968년 국내에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지 56년 만이자, 1976년 수출을 개시한 지 48년 만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누적 판매 대수 1억대를 넘긴 곳은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정도다. 이들 기업의 역사가 100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성과는 단연 눈길을 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8월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3를 앞세워 월간 기준 사상 최다 판매량(6398대)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1828대)보다 250.0%, 지난 7월(4032대)보다는 58.7% 각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인천 전기차 화재’라는 악재를 만난 메르세데스-벤츠는 같은 기간 133대만 등록돼 전년보다 무려 82.2% 급감했다. 불이 난 모델인 EQE는 300대 줄어든 39대만 신규 등록됐다.

벤츠를 비롯한 수입 브랜드들은 ‘안방’인 유럽에서도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자국 정부의 전동화 정책에 따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수요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형국”이라고 말했다.

실적을 뒷받침해주던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도 수익성 악화의 주요한 요인이다. CNN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누렸던 황금기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부진이 최근 독일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외국 자동차 브랜드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합계 점유율은 33%로, 2년 전의 53%와 비교해 큰 폭(20% 포인트)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막강한 정부 지원과 강력한 내수에 힘입어 성장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추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국영 자동차기업인 창안자동차가 유럽 첫 자회사를 독일에 설립하고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낸다고 최근 보도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1∼7월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 대수가 모두 854만3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0.8% 늘었다며, 특히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발표했다.

SNE리서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높이며 자국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 업체가 남미와 동남아 지역 등의 신흥 시장을 선점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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