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재판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살인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글을 남겨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드러나 탄핵됐다. 일본에서 현직 법관이 파면된 것은 10년여만이며, SNS에 글을 올린 이유로 법관이 탄핵된 것은 처음이다.

4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회에 설치된 ‘재판관 탄핵재판소’는 이날 SNS 글이 문제시돼 탄핵 소추된 오카구치 기이치 판사를 파면한다고 판결했다. 일본에서는 재판관이 직무상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거나 위신을 현저하게 잃은 비행을 벌였을 때 그를 소추할 수 있으며, 탄핵재판소가 이를 최종결정하게 된다. 한 번 파면된 재판관은 변호사 자격까지 잃게 된다.

오카구치 판사는 2017년 자신의 X(당시 트위터) 계정에 ‘목이 졸려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17세의 여성’이라며 도쿄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사건의 판결을 소개했다. 이에 피해 유족들은 그의 이같은 표현이 피해자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으로, 사망한 딸이 수치를 당한 것처럼 느껴져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했다.

오카구치 본인은 자신이 문제의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사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판결이 무기징역이어서 양형을 비판하는 취지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에는 해당 유족들이 무기징역을 내린 도쿄 고등재판소에 세뇌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또다시 유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의 탄핵 여부를 판단한 재판부는 재판관의 표현 행위도 헌법이 보장하고는 있으나,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글이 SNS에서 확산될 위험성이 있음에도 그가 배려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또 유족들이 항의한 이후에도 관련 글의 게재가 반복돼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오카구치는 평소에도 SNS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등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의 주의와 두 차례의 계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오카구치는) 판사의 견실한 이미지와 다른 자유분방한 SNS 글을 통해 인기인의 지위를 확립했다”라며 “하지만 최후에는 그 간극이 문제가 돼 탄핵재판에 회부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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