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는 가자 전쟁 6개월 만에 인도주의적 구호물품 반입 확대를 위한 육·해상 국경 통로 3군데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습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 7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진 뒤, 강경 일변도의 현재 전쟁 방식을 전환하라는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 이스라엘이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 물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 3곳의 개설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에레즈 검문소가 이번 전쟁 발발 뒤 처음 재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에레즈 검문소는 전쟁 이전 이스라엘에서 일하거나, 병원 치료 등을 받기 위해 일상적으로 드나들던 통로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7일 전쟁이 시작되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첫 관문으로 쓰인 곳이기도 하다. 거의 6개월 가까이 최남부 라파흐 검문소 한 곳이 가자지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가 되면서, 구호물품 배급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던 북부 지역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자지구 동남부 끝 모서리에 위치한 케렘 샬롬 검문소도 새로 열린다. 개전 이전 가자지구로 물품 공급이 가능했던 라파흐·에레즈·케렘 샬롬 등 검문소 세 곳이 모두 열리게 된다. 케렘 샬롬 검문소 역시 개전 직후 폐쇄됐다가 지난해 12월 구호물품 반입 확대 방침에 따라 잠시 열린 적이 있다. 아울러 이번에는 아슈도드 항구가 개방되면서 최근 시작된 해로를 통한 구호물품 반입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통로 추가 개방 방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유지하려면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고통을 막기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대화에서 구호 통로 추가 개방을 특별히 요청했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에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일 월드센트럴키친 소속 활동가들은 화물선으로 들여온 100톤 분량 식량을 하역하는 것을 감독한 뒤, 차량 3대에 나눠타고 이동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모두 숨졌다. 이에 대해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조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왓슨 대변인은 항구와 에레즈 횡단로 개방, 요르단에서 가자지구로의 직접 지원 대폭 확대 등 약속이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무고한 민간인 보호와 구호 요원들을 위한 보호를 포함해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조처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월드센트럴키친 차량 오폭 사건과 관련해) 그런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월드센트럴키친 활동가 사망 사건 조사를 완료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오폭으로 인한 7명의 구호대원 사망 사건에 대해 군의 중대한 실수라고 인정하고 조사 결과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는 국방부 장관과 네타냐후 총리까지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또, 희생자들의 모국과 소속 단체였던 월드센트럴키친 쪽에도 조사 결과가 제공되며, 일반에 공개할지 여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월드센트럴키친 쪽은 독립적인 제 3자 조사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4일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문서, 통신, 비디오·오디오 기록, 기타 모든 자료를 즉시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독립적인 조사는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인도주의 구호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예방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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