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소비심리 회복이냐, ‘R의 공포’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 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결정에 국내 산업계는 “대출 금리가 내리고 내수가 살면 기업 활동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반겼다. 다만 미국발 경기침체가 한국의 내수·수출에도 전방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기업과 전문가들은 대폭 삭감된 미국 금리의 영향을 신중히 따지고 있다.

일단 기업들은 2년여간 지속된 고금리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고금리 대출의 이자나 원금을 갚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3.3%에 달했으며 ‘금융비용 증가’가 자금 조달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배터리 등의 신성장 산업에서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외부 차입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한 배터리셀 제조사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 등 해외공장 증설에서 발생한 차입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재무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부 유보금이 넉넉한 대기업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이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가 끝나면 매출이 회복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매출이 안 나오면서 빚으로 버티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한국도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 금리를 좀 낮춰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게 내수 활성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나아지면서 소비심리 확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금값 상승 등 투자수요 확대로 주얼리 같은 일부 명품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백화점 업계 관계자)”“국군의날·개천절로 이어지는 연휴와 한글날 등 10월초 공휴일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대형마트 관계자)”며 들뜬 분위기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는 필수재로 여겨지는 자동차 할부이자 삭감으로도 이어져 현지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 증가 가능성이 커진 북미를 중심으로 수출 지역 다변화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R(리세션·경기침체)의 공포’를 우려한다. 이번 빅컷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전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 냉각이 실물경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자본투자를 주도하는 북미 빅테크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다면 당장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 수출이 흔들리게 된다. 아울러 이제 막 호황 사이클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도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한 해운사들의 발주 감소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아직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기로 반전됐다고 볼 수 있는 시그널은 나오지 않았으며 이번 금리 인하는 어디까지나 예방적 차원”이라며 “오히려 자금조달 여력이 늘어나 정보기술(IT) 분야 투자가 늘면 선행지표 역할을 반도체 호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의 파급력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미국 금리 인하가 달러화 가치 하락을 낳아 한국 수출기업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조 원장은 “연말까지 지켜봐야 금리 효과가 순방향으로 나오는지 아니면 파생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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