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국회의원 0명’ 아이티, 선관위 구성···10년 만에 선거 치를까

지난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쓰레기로 가득 찬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빗물 배수관을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이후 4년째 ‘정치 공백’이 이어진 아이티가 10년 만에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들은 민주적인 절차로 새 지도자가 뽑혀 국정 안정을 이뤄내길 바라지만, 갱단이 사회 전반을 장악한 만큼 선거 전후 과정에 수많은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아이티 일간지 르누밸라스트에 따르면 아이티 정부는 이날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임시 선관위를 구성해 총선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리엘 앙리 전 총리의 사임 후 개리 코닐 총리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아이티 총리실은 이미 선관위원 정원 9명 중 종교, 언론, 농부, 노조 등 분야를 대표하는 7명을 임명했으며, 여성과 인권 등 2개 분야 위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이날 설명했다.

다만 총리실은 대통령 선거 계획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임시 선관위는 선거 규칙을 세우고 선거 시행 전반을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 선관위는 2026년 2월 대선 실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

2016년 마지막 대선과 총선을 치른 아이티에서는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이 벌어진 2021년 이후로 대통령 공백 사태가 이어졌다. 암살 사건 이후 아리엘 앙리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그는 ‘갱단 폭력’을 이유로 대통령 선거를 미뤘다. 하지만 과도정부가 별다른 기능을 못 하는 사이 갱단 폭력과 빈곤에 시달린 시민들이 봉기하면서 지난 4월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아이티는 지난해 1월 남은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가 끝나고, 국가 혼란으로 총선도 미뤄지면서 국회의원도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2년 가까이 상원 30석과 하원 119석 등 149석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입법·행정부가 마비되자 아이티의 치안은 점점 불안정해졌다. 유엔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200명 이상이 갱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지역 80%를 장악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월에는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아이티 최대 교도소인 국립교도소를 습격하면서 재소자 4000여 명이 탈옥했다.

미국은 치안 안정을 위해 지난 6월 케냐 경찰 약 400명을 포르토프랭스에 투입해 순찰 업무를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