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타이(연태). 한국인에게는 고량주 브랜드로 유명하다. 한국과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중국의 이 도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모로 한국과 가깝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는다. 인천, 평택, 부산 등 한국 항구도시와 연결되는 항로도 무려 6개다. 가까운 만큼 교류도 많다. 약 5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 중이며 중국 도시 중 한국 대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이 마음껏 비즈니스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한중산업단지 조성 이후 한국 기업은 세금 감면, 보조금 등 각종 우대를 받으며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옌타이로 기업과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가 뭘까? 그 매력을 현지에서 느껴본 6인에게 물어봤다.

(6) 최광우 옌타이한람농업과학기술유한공사 대표

옌타이한람농업과학기술유한공사 최광우 대표. 취재원 제공

언제, 어떤 계기로 옌타이와 인연을 맺게 됐나?

2000년 베이징에 있던 CCID 컨설팅그룹(赛迪顾问·공신부 산하의 중국 IT분야 조사기업)에서 한국 담당 고문으로 재직하다 지인의 소개로 2009년 옌타이에 왔다. 옌타이에 오자마자 느낀 것은 '한국과 같은 친숙함', '깨끗한 공기와 기분 좋은 날씨'였다. 한마디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옌타이에 자리를 잡고 산 세월이 어느덧 15년이다.

옌타이에 간 지 3년 만에 창업했다. 그것도 농업으로. 창업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2010년 한국에 묘목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2012년 옌타이한람농업과학기술회사를 설립했다.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옌타이는 과일이나 묘목 생산에 최적화돼있다. 이곳에서 약 6만평의 농업 기지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 중국 현지 농민들과 융합하는 것이 어려웠고 급변하는 중국 농지 정책에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웠다. 그러나 옌타이시정부, 구(區)정부, 진(鎭)정부, 공안국, 농업국, 전기국 그리고 세무국 등 유관 정부기관들이 물심양면 도와줬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는 동안 회사는 농업 하이테크 기업 인증을 받았고, 올해는 산둥성 정부로부터 10만 위안(약 2000만 원)의 현금 지원도 받았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광우 대표가 운영 중인 한람의 재배지. 취재원 제공

총 네 곳의 농업전문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들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나?

옌타이에서 한람(韓藍), 한림(韓林), 한삼(韓森), 총림(丛林) 총 4개의 회사를 운영 중이다. ▲한람은 묘목, 종자 화훼의 수입 허가 및 격리 재배* 지역 관리(중국중앙정부 허가증 보유) ▲한림은 묘목 종자 화훼의 수출 ▲한삼은 과일의 신선 보관 장치, 100% 과일주스 제조 등 가공 공장을 보유 ▲총림은 농업 관련 전문 컨설팅 회사다. 사업체가 이렇게 확장 및 세분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6만 평의 토지에 블루베리와 포도, 체리 등 과실수를 재배하고 묘목 기지를 운영하다 보니 생산된 과일의 2차 가공이 필요했고 그에 따라 하나씩 생긴 회사다.

최광우 대표가 운영 중인 한람의 재배지. 취재원 제공

옌타이에서 생활하며 가장 만족스러웠거나 잊지 못할 경험이 있는가?

우선 옌타이는 사람들이 참 좋다. 사람들의 인품이 이곳 날씨처럼 온화하고 순하다. 그리고 이들과 오랜 시간 교류하며 신뢰가 쌓이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돕는다. '옌타이 사람들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친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나 농업에 종사하다 보니 주변에 한국인은 없고 옌타이 주민이나 공무원들과 더욱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

잊지 못할 경험도 많다. 초창기 오롯이 혼자 농업 회사를 운영하며 중국 현지인과 공무원과 만나고 교류할 일이 많았다. 당시 중국 검역 당국과 중국세관이 합병하게 됐고 소속 공무원들이 보직 발령이 나지 않은 상태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천운인지 나와 교류가 많고 친분이 있던 공무원들이 인허가 담당 부서로 대거 배치되면서 중국인들도 받기 어려운 인허가를 좋은 평가를 받고 통과해 취득했을 때 정말 기뻤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는 산둥성에서 유일하게 묘목 수출입 허가를 동시에 보유한 업체가 됐다.

옌타이에 장기간 거주하게 되면서 옌타이 한인 사회를 대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수석 부회장직을 맡은 후 중국 정부와의 회의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재중한국인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중 한국 정부기관들과 더불어 한국인들의 안전보장, 권익 신장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는 덜 알려진 옌타이의 맛이나 특산품, 멋진 공간이 있다면?

중국 옌타이시의 북동쪽에 위치한 섬 양마도. 취재원 제공

개인적으로 중국 옌타이시의 북동쪽에 위치한 섬 양마도(養馬島)의 바닷가 둘레길을 좋아한다. 양마도는 '기를 양', '말 마'를 써서 풀이 그대로 '말을 키웠던 섬'이다. 기병으로 유명했던 진시황 군대의 말 사육장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섬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장소들이 많고 바다가 깨끗해서 기분이 좋다. 벤치에 앉아 석양을 보면 운치가 있다. 곳곳에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바닷가로 내려가 작은 게나 조개, 홍합을 딸 수도 있어서 자녀와 함께 가기에도 좋다. 해변 근처 식당에서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한 음식도 맛볼 수 있어서 참 좋아하는 장소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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