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했다. 지난 25일 대전광역시 동구 선샤인호텔에서 열린 업무협력 행사에서 현대차·기아 전동화구동재료개발실 정순준 상무(오른쪽), 현대제철 선행개발실 임희중 상무(왼쪽), 에코프로비엠 연구기획담당 서준원 전무(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가 미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

배터리셀 제조사를 통한 양질의 제품 확보 차원을 넘어 기술 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를 겨냥한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계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업계가 요즘 주목하는 건 CATL,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가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었던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는 덜 나오지만, 화재 등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배터리 수명이 긴 편이다.

가격마저 저렴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보급형 전기차 양산이 필수인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현대차·기아는 26일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재활용 철을 이용해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에코프로비엠이 이를 받아서 LFP 양극재를 개발한 뒤 현대자동차·기아가 평가해 기술 내재화에 나서는 구조다.

이번 협력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자동차-이차전지-제철 등 각기 다른 산업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현대차·기아는 설명했다.

협력 개발의 핵심 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재 제조 시 전구체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전구체는 생체 대사나 화학 반응 등에서 최종 합성물을 만들기 전 단계의 물질을 말한다.

LFP 배터리 양극재는 일반적으로 인산염과 황산철 등을 합성한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해 생산한다.

세 업체는 별도 전구체 없이 인산과 철 분말, 리튬을 동시 조합해 양극재를 만드는 직접 합성법 기술에 도전한다.

전구체 제조 단계가 없는 만큼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등의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되는 고철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해 친환경적인 데다 국내 생산망을 통한 안정적 원료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과제에 성공하면 저온에서 우수한 충전·방전 성능을 보일 뿐만 아니라 급속 충전도 쉬운 LFP 배터리가 탄생한다고 전했다.

가격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중국 LFP 배터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로 LFP 배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하반기 LFP 배터리를 양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4’에서 “국내 기업 양산 전에 중국 업체가 계약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고, 완성차 업계는 한 번 배터리를 도입하면 쉽사리 교체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직면한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LFP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중국산을 따라잡으려면 속도감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중저가 제품, LFP 배터리 등에 대해 좀 늦은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연구능력, 기술력으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