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경찰이 자국 내 멕시코 대사관에 강제로 들어가 전직 부통령을 체포하면서,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멕시코와 니카라과는 즉각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일제히 에콰도르 정부를 비판했다.

에콰도르 경찰이 5일(현지시각) 키토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의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하자, 멕시코 정부가 즉각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경찰의 대사관 진입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멕시코의 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일제히 에콰도르 정부를 비판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키토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 벌어졌다”며 에콰도르와의 모든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브라질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멕시코 대사관 진입은 “실행의 정당성이 무엇이든 강력한 절교를 당해야 할 일”이라며 멕시코 정부와 연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서 야만이 판치는 와중에도 중남미 국가들은 국제법 개념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다른 중남미 나라들도 에콰도르 비판에 합류했다. 미국 등 남북미 32개국의 협의체인 ‘아메리카 국가기구’(미주기구)는 “망명 권리 보장 등을 포함한 국제 조약에 대한 엄격한 준수” 필요성 등을 논의할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공권력의 외국 대사관 강제 진입은 전례가 드문 조처라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는 1961년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채택하고 외교관에 대한 면책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제 외교 관계의 기본이 되는 이 협약은 대부분의 나라가 절대적으로 준수한다. 이 협약이 발효된 이후 공권력이 외국 대사관에 강제 진입한 사례는 1979년 이란의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1981년 쿠바의 에콰도르 대사관 진입 정도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멕시코 대사관에서 체포된 글라스 전 부통령은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정부와 레닌 모레노 정부에서 2013~2018년 부통령을 지냈다. 그는 2017년 말 브라질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20년에는 불법 선거 자금 사용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2022년 11월 석방된 이후에도 새로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12월 외국 망명을 요청하며 멕시코 대사관에 머물고 있었다.

에콰도르는 멕시코에 글라스 전 부통령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그가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다며 신병 인도를 거부했다. 이에 맞서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 주재 멕시코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는 등 두 나라의 외교 갈등은 계속 깊어졌다. 멕시코 외교부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에콰도르를 제소할 것이라고 밝혀, 두 나라의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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