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카라카스에서 열린 당 창립 16주년 기념 행사에서 통합사회당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행정부가 대선 결과 조작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수십 명의 베네수엘라 언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여권이 돌연 무효화 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평화연구소’를 인용해 현지 언론인과 인권 활동가 등 최소 40명의 여권이 무효화 되거나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베네수엘라의 한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당국 관계자가 자신의 여권을 빼앗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여권을 압수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다는 베네수엘라 기자는 현재 자신의 여권이 무효화 돼 자국인 베네수엘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을 무효화 하면 반정부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이나 인권 운동가들의 망명이나 피신이 어려워진다. 해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이 자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평화연구소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 정권 아래에서 이 같은 사례를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서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살인, 고문 등과 달리 여권 무효화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반정부 목소리를 무력화할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 7월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정부가 선거 결과를 조작해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전국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마두로 행정부는 시위 참가자 2000명 이상을 잡아들였다. 검찰이 민주야권연합(PUD) 대선 후보로 나선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에게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야권 정치인을 겨냥한 ‘표적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지난달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주기구(OAS),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가 마두로 행정부의 반정부 시위 대응을 비판하며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와 미주·유럽 국가 간 외교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마두로 대통령 암살 모의 혐의와 관련해 미국인 4명과 스페인인 2명, 체코인 1명 등 6명을 현지에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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