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텐트촌, 새벽 공습에 화재 “사람들 석탄처럼 타들어가”

레바논 전역도 하루 200차례 공습…북부 기독교 마을 포함

떠나온 곳도 폐허로… 14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병원 앞에서 한 어린이가 겁에 질린 채 뛰어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고강도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 학교, 난민촌을 가리지 않고 연일 맹폭하며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스라엘군은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 위치한 알아크사 병원을 공습해 이 병원 부지에서 생활해온 피란민들의 텐트촌에 화재가 발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졌고 어린이를 포함해 수십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50개 이상 텐트가 전소됐다.

피란민 대부분이 잠이 든 오전 1시쯤 공습이 이뤄져 미처 대피할 새도 없이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 수개월째 이 병원 부지에서 피란 생활을 해온 마흐무드 와디(20)는 이번이 이곳에서 겪은 7번째 병원 공격이었다며 “사람들이 거대한 석탄 덩어리처럼 검게 타들어 가는 것을 봤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가자지구 전역의 병원과 학교에는 와디 가족들처럼 집을 잃은 피란민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병원과 학교는 국제법상 공격이 금지된 곳으로 그나마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전쟁범죄’라는 비판에도 이곳들을 가리지 않고 폭격해 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자지구 내 학교의 87%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피란민들이 병원이나 학교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더 대피할 곳도 없기 때문”이라고 알아크사 병원의 피란민 모하마드 라마단이 말했다.

같은 날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 내 알무프티 학교도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아 최소 22명이 죽고 8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15명은 어린이였고, 갓 태어난 영아도 있었다. 이 학교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곳으로 15일부터 유엔의 소아마비 2차 백신 접종이 이뤄질 장소였으나, 이날 공격으로 이곳에서의 백신 접종이 취소됐다.

북부 알샤티 난민촌에선 골목길에서 놀던 어린이 5명이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죽고 여러 명이 다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이들이 피를 흘린 채 의식 없이 이송되는 사진이 여럿 올라왔다. 일부는 구슬치기를 한 듯 손에 유리구슬을 쥐고 있었다.

가자 북부 지역에선 최근 열흘간 이스라엘군의 포위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물과 식량, 의약품도 차츰 고갈되어 가는 상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후 북부 지역에 구호품 트럭이 들어가지 않았다.

같은 날 레바논에서도 맹렬한 공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도시 즈가르타의 아이투 마을을 공습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이 마을은 기독교 신도들이 사는 곳으로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남부와 동부에서도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루 동안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해 총 200차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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