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직원들이 EUV 장비를 손보고 있다. ASML 제공

반도체 시장에 ‘ASML 쇼크(충격)’가 닥쳤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네덜란드 ASML이 “인공지능(AI)을 제외하고는 다른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ASML의 매출 감소는 반도체 업계의 투자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겨울론’에 무게가 실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ASML은 15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매출 74억6700만유로(약 11조원), 순이익은 20억7700만유로(약 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 분기인 62억4300만유로보다 19.6% 늘었으며 지난해 3분기(66억7300만유로)보다는 11.9% 증가했다. 로 순이익은 직전 분기(15억7800만유로)보다 31.6% 증가했으며 지난해 3분기(18억9300만유로) 대비 9.7% 늘었다. 이 기간 노광장비는 총 106대 팔렸고 새로운 주문 2633건을 받았다.

실적 자체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문제는 ‘전망’이었다. ASML은 오는 2025년 매출이 300억~3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ASML이 이전에 예상했던 매출은 물론, 시장 전망치(358억 유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3분기 예약 매출(26억 유로)도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56억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 분야에서 강력한 개발과 상승 잠재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른 시장 영역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지금은 회복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점진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고객이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케 CEO는 “파운드리 업계의 경쟁 때문에 고객들의 새로운 공정 확대가 느려지고 있으며 EUV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인텔의 파운드리 투자 연기로 인한 장비 반입 지연으로 ASML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설비용량 확대는 제한적이며, 기술 전환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AI 관련 수요에서만 집중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분석과도 궤를 같이 한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빛을 쏴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 EUV 장비는 ASML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비관적 전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와 이에 부응한 네덜란드의 수출 제한 조처로 상황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ASML의 대중 수출은 총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ASML은 중국 매출이 내년에는 전체의 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실적 소식에 이날 ASML 주가는 16.26% 폭락했다. 1998년 6월 12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내렸다. 엔비디아는 4.69% 하락했고 AMD 5.22%, 브로드컴은 3.47%, TSMC는 2.64%, 마이크론은 3.71%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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