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즈에서 멕시코 사법부 직원들이 멕시코 의회가 통과시킨 사법 개편안에 항의하기 위해 ‘사법부 독립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MORENA) 주도로 의회가 전국 연방·지방 판사를 국민이 직접 뽑도록 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사법부와 야당은 ‘사법부 정치화’를 우려하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권의 사법개편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멕시코 일간지 엘피난시에로는 15일(현지시간) 상원의회가 찬성 78표, 반대 39표로 내년 6월1일 법관 국민선거 시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상원의 이번 표결은 하원의 판사 직선제 법안 통과에 따른 것이다. 하원은 전날 찬성 336표, 반대 123표로 대법관과 연방·치안·지방 판사 등을 국민이 직접 뽑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판사 직선제 법안은 임기 내내 사법부와 갈등을 벌이던 전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추진한 사법개편의 일환이다. 국회는 모레나 주도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인 지난달 사법개편을 위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판사 직선제 시행과 관련한 세부 조항을 담은 새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모레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투명성과 민주주의를 향한 첫걸음”이라며 자축했다.

새 법안이 통과하면서 전국 7000여 명의 판사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내년 6월 선거에서는 대법관 9명과 선거재판소 판사 1명, 치안 판사 15명, 고등법원 판사 464명, 지방법원 판사 386명 등 총 875명이 새로 뽑힐 전망이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2027년에도 판사 선거를 할 계획이다.

선관위는 오는 11월24일부터 후보자 희망 등록을 받고, 다음 달 평가위원회를 통해 후보자 자격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권이 법안 통과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역풍도 거세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 국립궁전 앞 등 멕시코 곳곳에서는 사법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미국과 맞닿은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즈에선 사법부 직원 수십 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승용차의 국경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사법부 독립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사법부 정치화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나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판사 등 법원 직원들은 지난 8월21일부터 두 달 가까이 사법개편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판사 직선제를 시행하면 법치주의에 필수적인 공정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으며,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판사 직선제 법안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멕시코 대법원은 지난 3일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추진한 개헌안에 대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합헌성 여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사법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도 사법개편을 둘러싼 여당·행정부 대 야당·사법부 간 의견 충돌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행정부는 판사 직선제에 이어 대법관 임기 단축,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 상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판사 직선제는 볼리비아, 미국 등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다만 볼리비아에선 대법원, 다국적 헌법재판소, 농업환경법원, 사법위원회 등 법원의 판사를 뽑을 때에만 투표한다. 미국에선 앨라배마, 일리노이, 루이지애나, 뉴멕시코 등 일부 주에서만 주법원 판사를 직접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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