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사실상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공식화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자국군 1만 명을 파병했다는 등 북한군 파병 관련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군 파병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때 체결돼 다음 달 러시아 의회 비준을 앞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에 따른 조치로 보이며, 양국의 군사적 밀착이 한층 심화된 증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이미 북한도 포함됐다”며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서방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1만 명의 군인을 파병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등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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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매체인 키이우 포스트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군으로 구성된 부대를 별도로 창설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부대는 제11공수강습여단 소속의 ‘특수 부랴트 대대’이며, 최대 3000명의 북한군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 대대는 현재 소형 무기와 탄약을 보급받고 있으며, 지난 8월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주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북한군이 이미 전장에 투입됐으며, 이들 중 일부가 집단 탈영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북한군 18명이 쿠르스크주와 브랸스크주 경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7㎞ 떨어진 지점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군 보내 외화벌이, 러는 징집부담 덜어”위험한 공생

이 매체는 현재 러시아군이 수색 작업을 시작했으나 상부에는 탈영 사실을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은 이달 초 북한군 사망 보도가 현지에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지난 3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군인 20여 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6명이 북한 장교였다”고 밝혔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러가 거의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상호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설은 또 다른 가짜뉴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라고 일축했다.

북한군 파병설이 힘을 얻는 이유는 북·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추가 징집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북한군 파병을 통해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선에 장기간 동원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러시아 예비군들을 귀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엔 파병이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WP는 북한은 군인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의 인프라 재건을 위한 노동자까지 파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북한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재건을 위해 150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5일 전화 브리핑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북·러 국방 관계의 상당한 강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최근 수개월간 하루 1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현대전에서 예외적으로 역사적인 수준으로 러시아가 고통받는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스 플린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이날 미국 신미국안보센터 주최 대담에서 “내가 제복을 입은 거의 39년간 인지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매우 우려스럽고,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이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정부는 관련 보도 내용을 포함해 북·러 군사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 오고 있다”며 “양국의 불법적인 군사협력 중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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