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채널 파라팩스가 18일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훈련 중인 북한군 모습. [사진 텔레그램 캡처]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결정과 일부 병력의 러시아 이동을 확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군 파병 정황을 담은 듯한 영상이 우크라이나 당국과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 군인들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있으며, 러시아 군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SPRAVDI는 “이 영상은 72시간 이내 촬영된 것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인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장비를 받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군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선 “나오라(나와라), 야” 등의 북한 억양의 음성이 확인된다.

이날 미국 CNN도 SPRAVDI를 통해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위해 마련한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이 공개한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등의 한글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적혀 있다. 매체는 이 설문지가 북한 군인에게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제작됐고,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 군인은 이 설문지에 답해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위해 준비한 군복 치수 설문지. [연합뉴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텔레그램의 친(親)러시아군 채널인 파라팩스(ParaPax)에 ‘러시아의 훈련장 중 한 곳에 있는 북한 군인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군인들이 줄지어 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1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RFA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영상 촬영 장소는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유럽 침공’ ‘3차 세계대전’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정보국장은 18일 “북한군 병력 1만1000명이 오는 11월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될 것”이라고,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서방 동맹을 향해 “사실상 북한의 유럽 침공”이라고 말했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북한군 파병설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던 러시아 크렘린궁은 18일 국가정보원의 발표 이후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몇몇 정치인과 군사전문가들이 북한군을 전선에 투입했을 때 전황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의견을 내놨다.

19일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하원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그들(북한군)은 전투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신병훈련을 거쳐야 전선에 나갈 수 있다”며 “도움은 환영하나, 전선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북한군이 들어오면 러시아에 새롭게 동원령을 발령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북한군 파병이 확전 위험을 키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북한의 러시아 지원은 유럽에서의 갈등을 지속시키고 지역 안보를 위협한다”며 “글로벌 분쟁은 상호 연결돼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켜준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숀 샤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북한이 러시아와 합세한다면 우리는 동맹·파트너들과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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