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국방부 청사에서 22일(현지시간) 군인들이 횃불을 들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환송식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과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첫 안보협정을 맺었다. 공동 무기 개발, 방산 투자, 무기 공급 등을 골자로 한다.

영국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 “영국과 독일은 23일 런던에서 기념비적인 안보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의 안보와 번영에 중요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는 양국이 안보에 관해 체결한 최초의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국방부도 성명을 내 “영국과 독일은 더 가까워지고 있다. 공동으로 방위 역량을 강화해 나토 동부 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영국과 독일의 국방장관이 서명을 위해 만날 ‘트리니티 하우스’의 이름을 따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으로 불린다.

이번 협정을 통해 독일 항공기와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기지에서 순찰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북대서양 일대를 순찰하고 북해 해저 케이블을 공동으로 보호할 계획이다. 또한 양국은 영국이 기존에 보유한 미사일 ‘스톰섀도’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장거리 무기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은 영국에 새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에 나서며 양국은 무인기(드론), 장갑차 등을 서로 공급한다. 아울러 방공체계 통합에도 나선다.

지난 세기 치열한 적이었던 영국과 독일이 이처럼 군사적으로 손을 잡는 것을 두고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둘러싼 유럽의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데다, 러시아의 팽창 야욕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으로 향하리란 우려가 상존한다.

여기에 더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두고 나토를 압박하는 것도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지난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다른 회원국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구엘 베르거 주영국 독일 대사는 “미국 의회와 정부가 말한 것을 보면 유럽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과 독일은 나토에서 미국에 이어 방위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국가이며 유럽 내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이기도 하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은 유럽의 3대 군사 강국을 하나로 묶는 최종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은 2010년 프랑스와 ‘랭커스터 하우스’ 안보협정을 맺은 바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2019년 ‘아헨 협정’을 체결해 안보·대외정책·통상 등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유럽 국가와의 안보 협력이 약해졌으나, 지난 7월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 정부는 이를 개선할 방안을 타진해왔다. 독일 역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이텐벤데(시대적 전환)’를 선언해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높이고 국방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보 정책을 틀었다.

트리니티하우스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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