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CMM-Ax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붐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힘입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HBM 납품사’ 자리를 차지한 게 주효하게 작용했다. D램 업계의 2인자 SK하이닉스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실적을 처음으로 제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40%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기존 기록인 올해 2분기 16조4233억원을 1조원 이상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반도체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의 6조4724억원을 뛰어넘었다.

HBM이 효자 노릇을 했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일반 D램보다 5배 가량 비싼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고성능 연산용 칩 옆에 붙어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저장·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세대 제품 ‘HBM3’에 이어 올해부터는 5세대 ‘HBM3E’까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해왔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은 지난해 5%대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 15~20% 수준으로 올라왔으며 3분기에는 30%에 도달했다.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보조기억장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도 많이 팔렸다.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으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용 PC·모바일 수요 약화로 메모리 산업이 불황 초입에 들어섰다는 ‘반도체 겨울론’이 투자업계에 퍼지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으로 이같은 우려를 해소한 모양새다.

D램 시장의 만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3분기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5조원대로 추정된다.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DS 영업이익(8조3600억원)이 SK하이닉스(8조3545원)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3분기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품질테스트 통과가 늦어지면서 ‘AI 대목’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AI 투자에 따른 수요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생성형AI가 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포괄하는 ‘멀티 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사람과 같은 지능을 의미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납품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울트라(B300)’에 HBM3E 12단 제품이 8개 쓰인다. 현 모델인 ‘호퍼 시리즈(H200)’에 HBM3E 8단 제품이 6개 탑재되므로, 갈수록 HBM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내년 HBM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며 조달 규모는 매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는 중국 메모리 공급사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후발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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