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F계 큰 족적 남긴 평론가 겸 출판인

과거 웨이보에 민주주의 옹호 발언도 남겨

중국서 급진적 상상력 최후 보루 SF계 우려

야오하이쥔. 출판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중국 SF(공상과학 소설) <삼체>를 출판한 편집자 겸 평론가 야오하이쥔(姚海軍·58)이 기율 위반으로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24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쓰촨성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전날 야오 쓰촨SF세계잡지사 이사 겸 총괄 부편집자를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반중성향 매체인 대기원시보는 중국 문학·출판계에는 지난달부터 야오 편집자가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지난 9월 10일부터 야오 편집자의 웨이보에 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메신저 연락도 끊겼기 때문이다.

야오 편집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중국SF계의 권위 있는 상인 은하상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1966년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야오 편집자는 1988년부터 SF문학 평론가 및 출판인으로 활동했다. 사비를 들여 SF를 다루는 잡지 <성운>을 창간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200편 이상의 전세계 SF고전을 소개했으며 잡지의 이름을 딴 성운상을 만들었다.

2005년 쓰촨성에 기반을 둔 잡지 <SF세계>의 부편집장이 됐고, 2018년 쓰촨SF잡지사 이사 겸 부편집자가 됐다. <SF세계> 편집장이던 시절 2006년 5월 류츠신의 <삼체>를 연재해 큰 성공을 거뒀다.

<삼체>의 성공이 이번 조사의 빌미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류츠신의 장편소설 <삼체>는 문화대혁명 시절 광기 속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천체물리학 전공 여성 과학자가 어느 날 외계 문명으로부터 전파를 받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대담한 상상력을 펼쳐 인류가 처한 운명을 그렸다고 평가받는다.

<삼체>는 2015년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중국에서만 300만부 팔렸으며 전 세계 19개 언어로 번역돼 2300만부가 팔렸다. 최근까지만 해도 팬들은 물론 당국도 <삼체>를 중국의 문화적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작품으로 간주했다. 원작에서 중국은 미국 못지 않은 과학강국으로 그려진다.

넷플릭스 <삼체 스틸 컷

올해 초 넷플릭스가 각색한 드라마 <삼체>가 방영되면서 원작 소설 <삼체>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정식으로는 이용할 수 없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국 사이버 관리국은 미국 드라마이며 문화대혁명을 광기의 현장으로 묘사한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를 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삼체 문제>가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혹평하는 기사를 낸 바 있다.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이 좋게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주도한 일이기 때문에 노골적인 비판도 제한된다.

중국에서는 SF가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장려해 왔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SF는 다른 장르에 비해 급진적 상상이나 풍자를 담기가 비교적 용이해 사회 비판적 내용을 다루고 싶은 젊은 작가들은 주로 SF작품을 쓰고 있다.

SF란 장르 자체가 중국에서 급진적 상상력의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향후 SF에도 강화된 검열의 칼날이 향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 내 문학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야오 편집자가 과거 민주주의를 옹호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야오 편집자가 2018년 4월 13일 웨이보에 “중국몽은 인권의 꿈, 민주주의의 꿈, 입헌주의의 꿈이 아닌가? 얼마나 오해받고 있는가? 중국몽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캡처 화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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