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에서 배제했던 의원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는 23일 자민당이 이른바 '비공천 의원'에게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자민당은 지난 9일 공천자들에게 공천료 500만엔과 활동비 1500만엔 등 총 2000만엔을 지급하는 통지서를 전달했다.

문제는 이 돈이 이번 선거에서 공천받지 못한 의원들이 대표로 있는 정당 지부에도 전달되면서 불거졌다. 앞서 자민당은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제외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20일 일본 오사카를 찾아 선거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여기에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의 해명성 발언이 되려 불을 지폈다. 관련 보도 직후 그는 언론에 “정당지부에 당세 확대를 위한 활동비를 지급한 것이지 후보자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는데, 오히려 더 큰 비판을 불렀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시바 총리는 24일 해당 자금이 “정당지부에 주는 것으로 비공천 후보에게 준 것이 아니다”고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지지통신은 비공천 의원에게 지급된 자금이 공천 후보와 같은 금액이라면서 "당 관계자는 '비공천된 불이익을 커버하는 ‘위로금’ 성격’이라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 때문에 진행되는 이번 총선에서 재차 돈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 때문에 자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비공천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공천”이라며 비판했고,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 일본유신회 간사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반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일본 매체들은 이시바 총리의 '말 뒤집기'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이시바 총리가 지방 유세에서 “악몽과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다. 이시바 총리는 반(反) 아베파로 평소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비판해왔다. 특히 선거 때마다 아베 전 총리가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에 정권을 뺏겼던 때를 지칭해 “악몽과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 표현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며 비난했다.

언론들은 자신의 평소 발언을 뒤집은 이시바의 발언을 두고 ‘변절’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은 물론,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쳐서도 과반 의석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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