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호떡은 한국의 대표적 겨울철 거리 간식이다. K-푸드의 유행에 따라 요즘은 외국에서도 한국의 맛있는 거리 음식으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호떡,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들 중 상당수는 호떡이 중국에서 온 음식인 줄로 알고 있다. 그것도 1882년의 임오군란을 계기로 한반도에 들어온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중국 노동자들이 퍼뜨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만 맞고 상당 부분은 틀렸다. 먼저 호떡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말, 맞지만 틀리다. 동시에 호떡은 중국 음식이면서 아니다. 이렇듯 호떡을 중국 고유의 전통 음식으로 보는 것은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일단 우리 호떡과는 상당 부분 다르지만 중국에도 호떡은 있다. 이름도 우리와 같은 호떡으로 중국어로는 후삥(胡餠)이다. 여기서 호(胡)는 수염이 긴 서역 오랑캐를 뜻하는 한자이니 호떡은 곧 오랑캐 떡, 다시 말해 서역 오랑캐들의 떡이라는 소리다. 중국인들 스스로 후삥, 즉 오랑캐 떡이라고 부르니 중국 고유의 음식이 아님을 인정하는 셈이다. 구운 빵이라는 뜻으로 소병(燒餠)이라고도 한다.


후삥, 즉 오랑캐 떡이니 중국 전통음식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후삥이 중국에 전해진 것은 기원전 2세기 한 무제 무렵이다. 역사도 깊지만 신강성 위구르 자치구 일대와 중국의 고도인 섬서성 서안을 비롯해 감숙성과 산서성 등지에서는 국수와 만두 이상으로 많이 먹는 주식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이슬람 전통의 회족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그런 만큼 후삥을 중국 음식이면서 이민족 음식으로 보는 이유다. 어쨌든 호떡은 중국의 회족(回族) 음식 내지는 중앙아시아 음식이다. 다시 말해 그 뿌리는 서역 음식인 셈이다.

이런 호떡이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 역시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많이 다르다. 처음 전해진 시기, 그리고 대중적으로 유행한 시기로 구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호떡은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한반도에 전해졌는데 대략 고려 말 내지 조선 초에 이미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니 중원의 한족 국가인 송이나 명나라보다는 호떡을 주식으로 삼았던 몽골의 원이나 거란의 요나라 등과의 교역을 통해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문헌상으로는 조선 초에 주로 보이는데 『조선왕조실록』 세종 때와 세조 때 보인다. 세종 때는 대마도주에게 선물로 호떡을 보냈다고 나오고 세조 때는 대마도주가 모친상을 당했는데 이때 부조로 호떡을 보냈다고 기록돼 있다. 원문에는 구운 빵이라는 뜻의 소병(燒餠)으로 적혀 있으니 호떡(胡餠)과는 다른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음식이다.

참고로 이때의 호떡은 지금 우리가 간식으로 먹는 호떡과는 달랐다. 지금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먹는 난(Naan)이나 중국 서안이나 우루무치 등에서 먹는 후삥 혹은 사오빵(燒餠)에 가까운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옛날 호떡은 조선의 왕이 대마도주에게 선물로, 또 조의를 표하는 식품으로 보냈을 정도니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상류층의 특별한 별미였다.


그러면 이런 호떡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거리 음식으로 발전했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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