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24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하자 미소를 짓고 있다. 유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파병설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드러냄과 동시에 “알아서 할 일”이라며 파병을 사실상 인정했다. 유엔은 전쟁 확전을 우려하면서 북한군 지원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뒷받침하는 위성사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만약 사진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반영한다는 것이 틀림없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파병 보도를 “허위 정보”라며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오전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조약에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배치가 군사적인 확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듣고는 정색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쿠데타’(친러시아 대통령을 몰아낸 유로마이단 혁명)가 확전으로 이어진 것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인들이 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같은 날 브릭스 정상회의장에서 러·우 전쟁 얘기가 나오자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 비판받기도 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무총장은 우리 모두 하나의 큰 가족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지만, 불행히도 가정 안에서는 종종 다툼과 소란, 재산 분할, 가끔은 싸움도 일어난다”고 받아쳤다.

유엔은 이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파병과 관련한 구테흐스 총장의 입장을 묻는 말에 “어느 편에서든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군사력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파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규칙 위반인지에 대해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무기 거래 등 사안을 두고 한국과 북한 대표가 설전을 벌였다.

림무성 북한 외무성 국장은 이날 한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무기 거래를 비판하자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위기를 연장해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와 재정 지원을 받음으로써 정치 권력을 유지하려는 또 다른 비방 캠페인”이라며 반발했다.

한국 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은 무기 거래와 파병에 대해 “분명한 것을 숨길 수 없다.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탄도미사일 잔해에서 발견된 한글, 러시아 군복을 입고 한국말 하는 군인 영상 등을 증거 사례로 들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사지와 같은 전장에 보낸 정부가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모습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들 군인은 이미 잊히고 버려졌다. 이런 불법행위는 용서받아선 안 되며 규탄받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참사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 “보낸 사람은 부인하는데 받은 사람은 부인하지 않는 현 상황이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은 오는 25일 미 워싱턴에서 안보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일본 공영 NHK방송은 전했다. 회의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한다. 이어 오는 30일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워싱턴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대북·러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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