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이 마잉주(왼쪽) 전 대만 총통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만 TVBS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9년만에 다시 만났다. 마 전 총통의 총통 재임 기간이던 2015년 중국·대만 간 첫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로 만난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대만 독립에 반대했다.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은 “외부의 간섭이 나라가 단합하려는(家國團圓·가국단원) 역사의 대세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 전 총통은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평화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화답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2015년 11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으로 처음 만난 지 9년 만에 이뤄졌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은 의도적으로 ‘통일’이란 단어를 꺼내진 않았다. 대신 중화민족과 대만의 역사를 강조했다. 그는 “중화민족은 세계의 위대한 민족이며 오랫동안 세계에 둘도 없는 중화문명을 창조했다”며 “중화의 모든 아들딸은 자부심과 영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이 이주해 대만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중화민족 5000여년의 긴 역사는 역대 선조가 대만으로 이주해 번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며 “양안 동포는 함께 외침을 막고 대만을 광복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며 “화해할 수 없는 응어리는 없고, 논의하지 못할 문제가 없으며, 우리를 가를 수 있는 어떤 세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다름이 양안이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며 “외부의 간섭이 나라가 합쳐지려는 역사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함께 외세 개입을 배제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청년 세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청년은 국가의 희망이자 민족의 미래”라며 “양안 청년은 중국인의 패기·기개·저력을 강화하고, 함께 중화민족의 복지를 창조하고 중화민족 역사의 새로운 휘황함을 써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 전 총통은 “피는 물보다 진한 감정을 느꼈다”며 “중화민족은 과거 100년의 굴욕을 겪었지만 최근 30년간 양안 중국인의 노력으로 중화진흥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달리 양안 통일을 의미하는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마 전 총통은 “양안은 1992년 각자 구두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앞으로 양안은 인민의 복지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92공식을 견지하면서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두며 이견은 뒤로하고 윈윈하며 평화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건청 대신 동대청 회동…中, 국가정상급 의전

10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회견하고 있다. 사진 CC-TV 캡처

중국은 민간인 신분인 마 전 총통에게 국가 정상급 의전을 제공했다. 회견은 시 주석이 외빈을 접견하는 복건청(福建廳)이 아닌 정상회담장인 동대청(東大廳)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담에는 지난 2015년 1차 시마회(習馬會, 시진핑·마잉주 회담)에 배석했던 왕후닝(王滬寧) 전국정협주석과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가 동석했다. 정상회담에 시 주석을 포함해 상무위원 3명이 참석하는 의전은 중국 외교에서 이례적인 환대란 평가다.

한편 이날 회담은 공교롭게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는 날 이뤄졌다. 당초 8일로 알려졌던 회담 일자가 이틀 연기된 것을 두고 미·일 정상회담을 견제하려는 중국 측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과 양측이 회동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만 연합보는 이번 2차 시마회에서 중국이 세 가지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시 주석의 대만 정책을 국제 사회에 밝힐 무대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둘째는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기를 거부하는 대만 민진당 정부와 이를 지지·묵인하는 외국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이벤트의 필요성이다. 셋째는 대만인을 향해 국민당 마 전 총통이 집권했던 지난 2008~2016년 동안 평화로웠던 양안 관계를 떠올리게 해 민진당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연합보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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