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라시드 도로를 따라 북부에서 남부로 걷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기근이 진행되고 있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첫 공개 발언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전날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진단했다.

호아킨 카스트로(민주·텍사스)가 USAID 직원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기근이 시작됐다’는 전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가자 일부 지역, 특히 가자 북부지역이 이미 기근을 겪고 있다는 게 타당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파워 처장은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며 최근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가 ‘가자 북부에 기근이 임박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의 평가가 신뢰할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원이 “그러면 그곳에선 이미 기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되묻자 파워 처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IPC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신 증거에 따르면 가자 북부에 기근이 임박했으며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 언제든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의 70%가 식량 위기 심각성의 최고 단계인 5단계(재앙)에 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 북부는 이스라엘군이 작년 10월7일 가장 먼저 전쟁을 시작한 곳으로, 가자지구 내에서도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구호품이 대부분 남부 국경 검문소를 통하기 때문에 외부 도움이 닿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서맨사 파워 USAID 처장. USAID 제공

이어진 청문에서 파워 처장은 전쟁 발발 후 가자 어린이들의 심각한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작년) 10월 7일 이전 가자 북부 영양실조 비율은 거의 0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어린이 3명 중 1명꼴”이라고 설명했다.

파워 처장은 또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에 구호품 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에레즈 등에 구호품 반입을 위한 검문소를 열겠다고 미국에 약속했지만, 양국 간 정상이 통화를 한 지 6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그는 하마스가 상당한 규모의 식량 지원을 강탈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 협력기구들에게서 그런 사례를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하마스가 식량을 어디로 제공할지 지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마스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이스라엘 정부가 봤다면 우리도 그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민간인에 제공되는 구호품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하마스는 이런 의혹을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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